미국에서 경기 급락 우려가 갑자기 완화되는 분위기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고용, 제조업 경기 같은 지표들이 긍정적으로 발표되자 미국 경기 회복에 청신호가 켜진 게 아니냐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5년 동안 유지했던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접고 갑자기 낙관론으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 같은 변화에 가장 먼저 불을 댕겼다.
미 연준은 1일(현지시간) 베이지북(경기동향보고서)에서 "미국 경기 회복이 전반적으로 지속되는 가운데 대부분 지역에서 고용 증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지난 10월 베이지북에서 "많은 기업이 경기 부진으로 고용을 늘리는 것을 머뭇거리고 있다"고 평가한 것에 비해 상당한 진전을 보인 셈이다.
결국 지난 11월 3일 6000억달러 규모 국채 매입 결정 이후 경제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11월 베이지북은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경기 동향을 담았다. 오는 14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기초자료로 이용된다. 미국 민간고용분석업체 ADP는 연준을 뒷받침하듯이 지난달 미국 민간 부문 고용이 10월보다 9만3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 7만명을 훨씬 웃돈 수준이다. 2007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최대 증가세다. 지난 10월 일자리 증가폭도 4만3000명으로 예상했으나 이번에 8만2000명으로 수정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도 호조세를 보였다. 추수감사절인 지난달 25일부터 4일 연휴 동안 온라인을 포함한 쇼핑객은 전년보다 8.7% 증가했고 평균 지출액도 6.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 정부도 당초 염려를 접고 내년 경제성장률을 초기 예상치인 5% 내외로 고수할 전망이다. 주요 연구기관들이 대외 리스크를 반영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4% 초ㆍ중반대로 줄줄이 하향 조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경기에 하방 요인이 확실해 보이는 게 없어 잠재성장률 정도의 성장세 지속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외 리스크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존 전망(5% 내외)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남은 기간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14일 발표할 `2011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이 같은 성장률 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 골드만삭스 내년 美성장률…종전 2.0%서 2.7%로 상향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 후 첫 월요일인 `사이버먼데이` 때 온라인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조사기관인 컴스코어는 지난달 29일 온라인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날보다 16% 증가한 10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1월 전체 온라인 매출은 135억5000만달러로 13% 신장됐다.
11월 자동차 판매도 87만3323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나 늘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의 판매량이 모두 11% 이상 증가했다.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연말 쇼핑시즌에 소비자들이 예상보다 돈을 더 쓰고 비교적 큰돈이 드는 자동차 판매가 늘어난 것은 소비자들이 미국 경제를 좀 더 밝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연준의 양적 완화 조치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 공급자관리협회(ISM)가 발표한 지난달 제조업지수도 56.6을 기록해 지난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지만 제조업 경기가 16개월 연속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접었다. 2006년부터 미국 경제에 대해 비관론을 제시했지만 내년 경제부터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종전 2%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2012년에는 성장 속도가 더 빨라져 성장률이 3.6%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잰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전망은 지난 5년 동안 우리 전망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이라며 "최근 경기부양이 민간 수요로 옮아가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업률은 현재 9.6% 수준에서 2012년 말 8.5% 수준으로 하락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미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 경제전망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유럽 재정위기를 꼽았다. 골드만삭스는 내년과 2012년 세계 경제가 각각 4.6%와 4.8%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흥시장은 성장 속도가 올해보다 느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브라질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란 점에서다.
[뉴욕=매일경제 김명수 특파원/서울=매일경제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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