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470>무능한 부하 때문에 답답해요

‘배터리’ 사오랬더니 ‘박대리’ 불러온다. 늘 허둥지둥하고 늘 허겁지겁한다. 멍청하면서 덜렁거리기까지 한다. 내 설명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지 다 알아들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여 놓고 다 잊어버렸다. 일부러 그렇게 비껴가려도 쉽지 않을 것이다. 실력이 없으면 열정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질문도 없고 중간보고도 없다. 시거든 떫지나 말고 떫거든 검지나 말지 여러 모로 쓸모가 없다. 무능한 부하직원 때문에 제 명에 못 살 것 같다.

한 명만 그렇다면 그 사람이 문제니까 운명이라 여기고 조금만 기다리자. 머지않아 그가 포기하든 회사가 포기하든 양단간의 결정이 날 테니 말이다. 반면에 내 부하들은 대체로 허둥지둥하고 멍청하며 중간보고도 없다면 그것은 부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일 수도 있음을 되돌아보자. 칩 히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생일축가와 같은 누구나 알고 있는 노래를 리듬에 맞춰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만 듣고 제목을 알아맞히는 실험을 했다. 맞힌 확률은 단 2.5%였다. 두드린 사람에게 상대방이 맞힐 확률을 짐작해 보라고 하자 50%는 맞힐 수 있을 거라고 대답했다. 내 귓속엔 생생하게 들리는 음율이 상대에겐 두당두당 막대기 치는 소리일 뿐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게 바로 ‘지식의 저주’다. 나에겐 너무 익숙한 일들이 듣는 부하에겐 난생처음 듣는 내용이다. 부하는 무엇을 모르고 어디까지 할 수 있으며 얼마나 걸릴지를 예상하지 못한다. 그래서 위임하는 사람이 잘해야 한다. 부하의 수준을 파악해 무엇을 얼마만큼 언제까지 어느 정도 분량으로 해야 하는지, 이것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를 명확히 설명해주자. 문제는 위임하는 상사조차 이게 명확하지 않아서 대충 일을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