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를 불과 2개월여 앞두고 전자세금계산서의 국세청 전송방법 변경을 요구하는 공문을 관련 기업들에 발송,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전자세금계산서 대용량 연계(ASP)사업자들에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 즉시 국세청에 전송할 것을 요구하는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이는 올 2월 부가가치세법 개정 시행령에서 국세청 전송일을 익월 10일에서 익월 15일로 5일 연장한 조치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가 준비 부족으로 힘들다며 1년 유예되자 올해 초 시행령을 고치는 과정에서 ASP업체들의 고충을 받아들여 전송일을 닷새 늘린 바 있다.
그러나 국세청의 이번 공문 발송으로 시행령에 명시된 ‘익월 15일까지 전송’ 문구는 사문화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국세청은 공문에 △당일 전송하지 않은 연계사업자에 대해 안내 메시지 발송 또는 개별관리 실시 △이행사항 점검에 따르지 않는 경우 사업자 등록취소 가능(고시 제8조, 제9조) 등의 문구까지 넣어가면서 ASP사업자들을 강력하게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ASP사업자들은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를 코앞에 두고 부랴부랴 시스템을 재개발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있다.
ASP업체 한 사장은 “그동안 시행령에 맞춰 개발해온 시스템을 의무화를 불과 2개월 앞두고 뜯어 고치면서 수천만원의 비용이 새로 발생하는 것도 문제지만 시스템 오류나 고객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고객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래 시행령에 명시한 익월 15일은 전산 오류 등 불가피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넉넉하게 정한 것”이라며 “하지만 ASP사업자들이 이에 맞춰 다소 늦게 국세청에 신고하다 보니 납세자들이 세금 신고한 내역과 전자세금계산서 신고 내역이 맞지 않는 민원이 발생해 이를 막기 위해 즉시 전송을 권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그동안 국세청에 다소 늦게 신고하던 종이계산서 발행 관행을 완전히 바꾸는 것인데다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를 코앞에 둔 촉박한 시점에 단행된 것이어서 납세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그동안 계산서를 발행한 뒤 사장이나 고위 임원 결재과정에서 금액이 수정되면 기존 계산서 대신 수정 계산서를 끊어 국세청에 이를 신고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며 “시행령에는 익월 15일로 명시돼 있음에도 국세청은 즉시 발송하지 않을 시 사업자등록 취소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강권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세금계산서는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즉시 발행하고 국세청에 곧바로 신고하는 원칙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으려는 것”이라며 “다만 협조를 요청하고 가급적 따라 달라는 것이지 시행령에 명시된 익월 15일까지의 문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