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반도체 분야의 성장동력은 다양한 디바이스의 융합에 따른 컨버전스, 인구 노령화로 인한 수요가 늘어나는 헬스케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됨으로써 수반되는 데이터 및 정보보호, 자연자원의 한계로 인한 에너지 효율성 증대 또는 에너지 절감 등 그린 분야가 될 것입니다.”
카를로 보조티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CEO는 “앞으로 반도체 산업은 80~90년대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에 힘입어 매년 7~8%의 성장은 가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기준 세계 7위(매출 85억달러)의 반도체 기업인 ST마이크로의 카를로 보조티 사장이 지난주 고객 방문 및 지사와의 업무 협의를 위해 방한했다. 그는 북한의 연평도 폭격 여파로 일부 다국적 기업의 임직원 방문이 취소된 가운데에서도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 기존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다.
전자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보조티 사장은 “ST마이크로는 계열사(ST에릭슨)를 포함, 전체 매출의 60%를 아시아에서 달성하고 있으며 한국은 일본(6억달러)보다 많은 14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며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반도체 기업 가운데에서는 가장 많은 250명 이상의 지원 인력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고객들이 ST마이크로에게 단순한 반도체 공급사의 역할보다는 이제는 솔루션 전체의 협력을 요구하는 추세”라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지원 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한국내에 R&D 기지를 두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중국과 인도에 수 천명의 R&D 인력을 두고 있는 만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세계 3, 4위권대의 반도체 기업이었던 ST마이크로는 독보적이었던 디지털가전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사들의 약진, 메모리 사업 포기, 무선통신칩 분야 합작사 설립 등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에 맞춰 사업군을 재배치하고 있다.
보조티 사장은 “ST는 앞으로 전력용 제품과 멀티미디어 컨버전스 분야에서 세계 최강자로 부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ST는 태양전지에서 전력을 전환하는 마이크로인버터 분야 등 그린 제품에서 조명·자동차·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력용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멀티미디어 컨버전스 분야에서는 휴대폰을 이용해 대형스크린에서 마치 3DTV를 보는 듯한 혁신적인 제품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랩온어칩(칩을 통해 DNA를 분석하거나 병 여부를 파악하는 기술), 심장병환자 신체에 부착해 다양한 정보를 휴대폰을 통해 병원에 전달하는 스마트센서 등을 선보이는 등 선두업체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향후 투자에 대해서는 “ST마이크로는 지난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매출 대비 28%의 높은 R&D 투자를 진행했으며 팹 생산능력은 올해 20%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자체 생산 및 파운드리 비중을 8 대 2 정도로 계속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T마이크로의 올해 매출과 내년 전망에 대해서는 “올해는 1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며 내년에는 시장 평균성장률보다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조티 사장은 이탈리아밀라노 출신으로, 1977년 SGS-ATES(현 ST마이크로의 전신)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2005년 CEO에 임명됐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