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한미FTA 타결 환영..빨리 비준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추가협상이 3일 타결돼 양국 FTA 발효의 발판이 마련된 데 대해 경제·산업계는 환영과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양국 의회가 되도록 빨리 비준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4일 "이미 타결된 협정을 추가 조정한 것은 아쉽지만, 한미 FTA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사안이고 남북 대치의 지정학적 위험을 줄이는 효과도 있는 만큼 최종 타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는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비준 절차가 가속화하길 기대한다. 양국 간 FTA가 발효되면 우리 경제가 선진화되고 우리 수출 기업이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종남 본부장도 "3년 넘게 교착했던 한미 FTA 비준을 위한 양국 정부의 공감대가 마련된 만큼 조속한 시일 안에 발효될 수 있도록 양국 정부와 의회가 모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거대 경제권인 미국 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수출 중소기업의 70%는 이번 협상 타결이 관세 철폐에 따른 대미 수출 증가뿐 아니라 미국 기업의 대(對) 한국 투자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다만 농식품 가공업과 의료 서비스, 통신업 등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분야를 위해 경영 혁신과 근로자의 전직 지원 등 정부가 마련 중인 산업피해 구제 프로그램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이 양국 교역 증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멕시코 티후아나에 TV 생산공장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직접적인 수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양국이 이미 무관세 협정을 맺었고 미국으로 수출되는 TV의 거의 전량을 티후아나 공장에서 생산 중이며,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역시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이 있기 때문에 FTA 타결이 자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냉장고, 세탁기 등 일부 생활가전 제품은 국내 생산해 수출하고 있고 FTA 체결에 따른 전반적인 교역 증대 효과까지 고려하면 일정 부분 간접적인 혜택 등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지 생산라인을 갖춘 LG전자도 기존 사업 구조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북미 시장에 공급하는 휴대전화와 LCD TV, 모니터, 냉장고 등 대부분 제품을 멕시코에 있는 2개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 생산된 신제품이나 소품종 고급 제품은 이번 FTA 추가협상 타결로 관세 혜택을 받아 북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휴대전화는 현재 관세율이 0%이고 에어컨과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1∼2%, TV는 약 5% 수준이다.

철강업계는 2004년부터 미국,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무관세 거래를 하고 있어 FTA 타결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자동차, 전기ㆍ전자제품 등의 수출 확대에 따른 간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제품의 대미 교역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수출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특히 전기자동차용 2차 전지와 정보전자 소재 분야의 수출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밝혔다.

운송업계는 양국 간 화물 물동량이 늘어나는 등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항공업계는 화물은 물론 여행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최대 90일까지 비자 없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는 VWP(Visa Waiver Program)의 상승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해운업계 역시 미국이 중국과 함께 최대 시장인 만큼 FTA 타결로 교역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칠레산 등에 밀려 입지가 좁아진 미국산 와인이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환율과 관세 외에도 주세, 교육세, 부가세가 차례로 붙고 유통단계별 마진까지 더해 와인 가격이 최종 결정되므로 15% 관세 철폐의 영향을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업계는 수입가가 10%가량 내리고 수입량은 FTA 발효 첫해 최소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한-칠레 FTA 체결 때 15%였던 관세를 해마다 2.5%씩 축소하기로 한 첫해였던 2004년 칠레산 와인 수입은 통관 금액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173%나 급증했다.

반면 위스키는 소비자 기호가 스카치위스키에 편중된 터라 미국산이 싸게 수입되더라도 시장 구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미국 유명 브랜드 의류의 가격 인하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패션 상품, 특히 명품은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통설이 있을 정도로 가격이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만큼 쉽게 값이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한성 FTA팀장은 "구체적 합의 내용을 봐야 하겠지만, 한미 FTA가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대체로 예상한다"며 "농산품 등 취약 산업에 대한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으로 대미 수출은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기기와 자동차, 메모리 반도체, 자동차 부품, 석유제품 등 5대 품목이 전체 수출액의 55.3%를 차지했다.

반대로 미국에서 수입하는 주요 제품은 비메모리 반도체, 항공기와 부품, 농산물,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이며,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는 86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