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가 미래다]R&D투자없이 대학의 미래는 없다

최근 서울대학교가 연구개발(R&D) 내용을 직접 기획하는 전담기구인 R&D 싱크탱크를 설립키로 했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이 기획한 과제를 수행하는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직접 R&D 내용과 방향을 잡는 버텀업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서울대처럼 국내 대학들이 자체 R&D기획 및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대학의 중요한 역할이라 할 수 있는 R&D를 통해 대학 위상강화와 국가 경쟁력 확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각 대학은 특화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신성장동력 연구가 한창이다.

대학 내 연구센터나 부설연구소 등을 통해 차별화된 창조적인 R&D 과제도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 센터는 창조적·선도 R&D를 발판으로 대학의 생산성 제고와 국가 경쟁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국내 대학은 우리나라 R&D 투자액의 10%를 차지하고 박사급 연구인력의 72.1%를 보유하고 있다. SCI논문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또 피인용지수 30위 안에 드는 우수한 논문도 종종 나온다. 그만큼 R&D에서 대학의 중요성은 높다. 특히 기초 R&D분야에서 대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학이 중점적으로 해야 할 것은 기업에서 하지 않지만 국가에서 필요한 기초연구다. 그러나 기초연구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는 대학에서도 응용개발연구를 하는 곳이 많다. 미국의 경우 대학 기초 R&D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부담한다. 우리나라도 대학이 기초연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대학원생을 비롯한 연구자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연구개발 투자의 총액을 그대로 두더라도 연구개발 중 기초연구의 비중을 1%포인트 늘리고 개발연구의 비중을 1%포인트 줄이면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0.08%포인트 높아질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나라 기술수준이 미국의 약 절반 정도인 것을 감안하고 분석해보면 기초연구 비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대학은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산출물에만 관심을 가질 일이 아니다. 투자가 검토되고 있는 연구 분야가 미래에 어떤 변화가 있고,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대학은 환경, 에너지, 우주 등 전 지구적인 환경과 관련 과학기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통해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