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참 겨루기` 시대의 방패, 소프트 경쟁력

[ET단상]`참 겨루기` 시대의 방패, 소프트 경쟁력

2010년 한 해를 돌이켜 보면 가장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이슈는 아마도 ‘스마트폰’이 아닐까 한다. 가히 ‘모바일 빅뱅’ 시대라 할 만하다. 그런데 모바일 시대가 가져오는 큰 변화 중 하나인 소셜 네트워킹의 진화가 심상치 않다. 사람들은 국가와 계층의 경계를 넘어 실시간으로 소통하게 되어 ‘word of mouth(지역적 입소문)’의 시대에서 ‘world of mouth(지구촌 입소문)’의 시대로 진입했다.

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정보기술의 혁신은 기회이자 위협이 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품질, 가격, 서비스 모든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받고 선택받는 ‘참 겨루기’의 시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경쟁기업들 속에서 상품의 품질, 가격만 가지고는 소비자들의 눈에 띄기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소셜네트워킹의 덕을 톡톡히 봤다. 아니, 제대로 이용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지난 4월 애플 직원이 출시 전의 테스트 제품을 실수로 분실하는 바람에 제품이 세간에 공개되어 버린 사건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그 직원에게 쏠려 있을 때, 루프트한자는 그 직원이 테스트 제품을 독일식 맥주집에서 분실했다는 점에 착안, 독일 맥주를 좋아해줘 고맙다며 독일행 비행기표를 무료로 제공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소문은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루프트한자 항공사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많은 기업이 소셜네트워킹에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포천 100대 기업의 79%가 소셜네트워킹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킹은 하나의 툴에 불과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러한 툴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햄버거 회사인 버거킹은 10명의 페이스북 친구와 절교하면 햄버거를 무료로 준다는 독특한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급속히 늘어나는 현상을 보고 사람들로 하여금 친구를 버리고 햄버거를 선택하게 하는 얄궂은 장난을 침으로써 재미를 주고, 동시에 ‘친구보다 좋은 햄버거’를 이슈화한 것이다. 한편, 음료회사인 펩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좋은 세상 만들기’를 위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그 동안 미디어 광고에 사용하던 거액의 비용을 우수 아이디어 실행을 지원하는 데 지출함으로써 인간미 있는 기업 이미지를 어필했다.

이제는 상품자체의 특성과 우수성을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가 어려워졌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며 감성의 벽을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섬세하고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고객의 마음을 차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상품 이외의 무형의 것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소프트 역량이 더욱 강조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소프트 역량이란 일반적으로 부드럽고 유연한,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말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소프트 잠재력이 큰 편이라고 한다. 가족, 친구와의 ‘정(情)’을 중시하는 국민 고유의 기질, 거리응원과 같이 집단으로 ‘흥’을 돋우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을 즐기는 역동적인 놀이문화 등 풍부한 감성과 열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의 혁신으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도 쉽게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졌다. 기회와 위협이라는 양날의 검 앞에서, 우리의 잠재된 소프트 역량을 키워 방패로 삼는 것은 어떨까.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dglee@korcha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