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열회수, 1년여 만에 투자비 100억원 회수”

거대한 화력발전소 건물을 돌자 75m나 되는 굴뚝의 제일 아랫부분이 보였다. 화력 발전을 하는 건물에 가까이 다가선다는 생각을 하자 뜨거울까 겁이 났다. 그러나 막상 원통형 관들이 복잡하게 얽힌 굴뚝 아랫부분에 다가가자 조금도 뜨겁지 않고 오히려 매섭게 부는 겨울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정상인 분당복합화력발전처 차장은 “바로 여기가 폐열회수보일러가 설치된 부분”이라며 “찬 물을 데우는 방식으로 굴뚝을 통해 빠져나가는 폐열을 회수하며 원통형 관들은 물이 들어가고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세 번째로 폐열회수보일러 설치=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한국남동발전 분당복합화력발전처(분당복합)를 찾았다. 1993년(1기)과 1997년(2기) 두 차례에 걸쳐 준공한 분당복합은 LNG를 원료로 사용해 수도권에 전력과 난방열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07년 국내에서 세 번째로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사업을 통해 폐열회수보일러를 설치한 곳이기도 하다. 원래 LNG와 경유를 함께 사용하도록 발전소가 설계돼 폐열회수보일러를 설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경유에 적합하게 설계된 발전소는 굴뚝으로 배출되는 가스 온도를 낮출 경우 기계류에 부식이 생겨 폐열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정부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도권 발전소가 전부 청정가스를 사용하게 되자 폐열회수보일러 설치가 가능해진 것이다.

◇시간당 7G㎈ 열 흡수=발전소 3층에 있는 중앙제어실에 들어서자 수많은 모니터와 계기판이 눈에 띄었다. 그 가운데 한 모니터에 ‘HRSG(Heat Recovery Steam Generator)’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굴뚝 아랫부분에 설치된 13대의 폐열회수보일러 현황을 알 수 있는 모니터였다. 발전기는 8대지만 이 중 5대에는 폐열회수보일러가 두 대씩 설치돼 있다. 발전기와 발전기를 연결하는 관들이 보이는 가운데 119.6과 88.4와 같은 숫자가 보였다.

정상인 차장은 “굴뚝으로 나가는 가스 온도가 120도 정도 되는데 열 교환을 하고 나면 89도 정도가 된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폐열회수보일러 한 기가 시간당 7G㎈ 정도의 열을 흡수한다”고 설명했다.

폐열회수는 기본적으로 물을 통해 이뤄진다. 이 물은 분당복합 바로 옆에 있는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온다. 지역난방공사에서 주민들이 사용하고 남은 55도 정도의 물을 분당복합으로 보낸다. 그러면 이 물이 폐열회수보일러를 통해 100도 정도로 뜨거워진 뒤 다시 지역난방공사로 보내져 주민들이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총 8기의 발전기 가운데 5기는 1차 폐열을 회수한 후 재차 폐열을 회수함으로써 회수 효율을 배로 높였다.

사실 폐열을 회수한 후 배출되는 가스도 90도에 가깝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더 열을 회수해도 된다. 그러나 온도를 더 낮출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정 차장은 “배출 가스 온도가 75도 이하로 낮아지면 연기처럼 하얗게 변하는 ‘화이트 플럼’ 현상이 발생한다”면서 “주민들이 이를 유해물질로 오해하기 때문에 온도를 더 낮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1년 만에 투자비 100억원 회수=“폐열회수요, 안 하면 바보죠.” 폐열회수보일러를 설치하고 효과를 봤느냐는 질문에 정 차장은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보일러를 설치하는데 100억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불과 1년여만에 투자비를 회수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1년이 지나고부터는 고스란히 ‘공짜 돈’을 벌게 되는 셈이다.

정 차장은 “일은 조금 많아졌지만 지금까지는 버리던 것에서 이 만큼 이익을 보기 때문에 효과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분당복합은 내년에 60억원을 투자해 발전소 내 각종 기기에서 발생하는 열을 회수할 수 있는 흡수식 히트펌프도 설치할 예정이다.

사실 거대한 발전설비에 비해 사소해 보이는 폐열회수보일러는 기존에 버려지던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경제적·환경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전력기술에 따르면 지금까지 폐열회수보일러와 같은 ESCO 사업을 통해 절감된 에너지는 9만7451톤이며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연간 22만7615톤에 이른다. 이는 5만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난방열과 승용차 4만7000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양이다.

이처럼 효과가 큰 점을 인정해 한국전력기술은 올해 말까지 일산열병합발전소에 폐열회수보일러를 설치하는 등 폐열회수 사업을 전 화력발전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석탄화력발전소에도 폐열회수보일러를 설치하기로 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