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가 변했다.”
노키아와 거래하는 국내 부품업체들의 한결같은 소리다.
늑장 대응, 관료주의 등 노키아를 대변하는 ‘구태’가 사라지면서, 스마트폰 개발 기간이 절반으로 단축됐다. 노키아는 최근 배타적이고 보수적인 부품 구매 시스템을 버리고 스마트폰 경쟁력을 위해 신기술을 적극 채택하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국내 부품 업체들도 노키아의 체질 개선과 구매 시스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금속 기구물을 주로 생산하는 국내 업체 A사는 노키아 스마트폰 모델 1개를 확보해 내년부터 알루미늄 프레임을 공급한다. 매출 규모도 영세하고 기존에 거래 실적도 없지만 노키아 의지로 거래가 성사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A사 같은 영세한 업체가 노키아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노키아의 스마트폰 경쟁력이 뒤처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사가 노키아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최근 개발한 금형 신기술이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4개 스마트폰 개발 모델을 추가로 확보해 더 많은 공급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터치스크린 업체 B사도 내년 하반기부터 노키아에 터치스크린 모듈을 공급한다. B사도 신기술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거래물량을 확보했다. 이 업체가 최근 개발한 강화유리 일체형 터치 제품은 슬림화 및 빛 투과율 향상에 상당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입력장치 전문업체 크루셜텍도 내년부터 노키아에 옵티컬트랙패드(OTP)를 공급한다. 이 업체는 생산설비를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 박린성 옌퐁공단에 1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국내 부품업체와 노키아의 협력이 늘어나는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팬택 등의 제품을 만들면서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키아가 고질적 병폐인 ‘관료주의’를 없애고, 부품 테스트 및 개발 기간을 단축하면서 다양한 스마트폰 제품군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올 초 저가폰 개발을 전자제품제조생산기업(EMS)에 위임하고, 본사는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한다고 선언했다. 새로운 시스템의 효과는 예상보다 빨리 나타나고 있다.
부품 테스트 기간도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다. 예전에는 신제품을 확인하는 데 2~3년의 기간이 걸렸다. 신기술이 적용되기 전에 시장 트렌드가 변했고, 구매 담당자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신기술 채택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노키아 본사에서 담당자가 직접 한국으로 와 라인을 점검하고 돌아가는 사례도 늘었다. B사 관계자는 “예전에 노키아에 부품을 공급했는데, 개발 기간이 너무 오래 걸려 중단된 적이 있다”면서 “이제는 과거에 비해 개발 기간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물량 기준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 업체”라면서 “노키아의 무서운 질주가 이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