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론 `금기` 깨졌다

"남북한의 확고한 의지와 경제논리만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2003년 6월 30일 개성공단 착공식에서 김진호 당시 토지공사 사장) `경제논리만으로`가 개성공단의 존립 기반이 돼 왔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지난달 29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만난 유동욱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 회장은 "(개성공단은) 경제 관점에서만 보고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여권의 일부 정치인들과 고위관료들이 공개적으로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청문회에서 "(개성공단이 작전 수행에) 문제가 된다"며 "정치ㆍ군사적 사안이므로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앞서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의 우리 국민을 철수시키는 일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더 도발할 경우에는 철수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 간에 심각한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정치적, 군사적 인계철선(trip wire)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개성공단이 더 큰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5일 매일경제가 북한 문제 전문가들의 협조와 2010 통일백서 등을 토대로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남북의 피해 규모`를 분석한 결과, 남한은 1조2583억원에 달하는 직접 피해를 입는 것으로 집계됐다. 남측이 일방적인 피해를 뒤집어 써야 하는 구조다. 이에 비해 북한은 철수 후 남은 건물과 시설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으므로 손실액 중 상당 부분을 상계할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사정이 달라진다. 개성공단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한국의 피해는 0.02%인 반면 북한은 GDP 133억달러(유엔 2008년) 가운데 최대 13%(17억달러)가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경제외적인 정치ㆍ군사적 요인을 고려하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개성공단을 접기로 하는 순간부터 남북 관계는 급속히 냉각해 군사적 대응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남한 입장에서는 `남북 경협의 상징`이 없어지는 데 따른 부담이 될 수 있다.

[특별취재팀=매일경제 이진우 차장/송성훈 기자/이상덕 기자/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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