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행정기구로 자체 예산 조정·배분권을 가지는 등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누가 맡을 것인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장관급으로 결정된 국과위 위원장직은 대통령이 맡기로 했다가 번복했을 만큼 무게감이 남다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전반을 아우를 만한 거물급 인사들이 거론되는 이유다.
가장 유력하게 손꼽히는 인물은 윤종용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삼성전자 상임고문). 국과위 위상 강화 방안 자체가 그가 이끈 15명의 민간위원회에서 나왔다. 민간기업의 R&D 현황과 과학기술계를 두루 파악하고 있어 ‘대한민국 CTO’ 격인 국과위 위원장을 맡을 최적임자로 거론된다.
윤 회장은 국과위 위상강화 방안이 처음 독립 행정기구로 틀이 잡혔을 당시 본지 취재에서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 묶여 있는 국과위 관련 법안이 통과하면 최고이 적임자로 물망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초기술연구회를 이끌어오며 출연연 생태계에 대한 지식과 국가 R&D의 리더십을 쌓아온 민동필 이사장도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된다. 민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인수위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TF팀장을 맡으며 현 정부의 과기정책에도 깊이 관여했다. 지난 10월 국과위 위원으로 위촉된 이준승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등도 후보로 이야기된다.
한편 과기계 일부에선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강력한 정치력을 가진 위원장을 원하면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거론하기도 한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이왕 위상을 강화할 거면 기존 장관 인선과는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박 전 대표를 꼽았다. 이공계 출신인데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이 과기계에 대한 애정 어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과기계가 주목하고 있다.
대학가에선 총장을 지낸 이들도 국과위 위원장으로 거론된다. 서정돈 성균관대학교 총장도 그 중 한 명이다. 서 총장은 7년간 재임하면서 삼성과 활발한 협력을 통해 인문계에 비해 뒤처졌던 성균관대의 이공계 경쟁력을 높이 끌어올렸다. 역시 10월 국과위 위원이 된 서 총장은 오는 2월이면 임기가 끝나 시기적으로도 잘 맞물린다. 이 대통령과의 친분도 얇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서 총장은 교과부 장관으로도 거론된 적이 있었던 만큼, 국과위 위원장 후보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