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봇 기술, 미국 · 싱가포르에 전수된다

KAIST에서 제작한 `휴보 2`가 3일 여의도 대한생명빌딩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로봇대상 및 로봇산업인의 밤`에 등장, 달리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KAIST에서 제작한 `휴보 2`가 3일 여의도 대한생명빌딩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로봇대상 및 로봇산업인의 밤`에 등장, 달리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미국과 싱가포르에 전수된다.

7일 국내외 로봇 학계에 따르면 미국 7개 대학 연구소와 싱가포르 연구소가 오준호 KAIST 교수팀이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2’를 연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임스 커프너 카네기멜론 대학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내년에 휴보를 대학에서 만나게 된다”며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주도로 추진되는 프로젝트 아래 카네기멜론과 퍼듀·드렉셀 등 미국 7개 대학이 휴보를 구입해 향후 3년간 연구용으로 사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로봇 연구자로서 휴보의 첫인상이 “단아한 디자인과 훌륭한 걸음걸이 제작이 매력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로봇 기술에 대해서도 가전 사업에서 성공했던 것처럼 향후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 오 드렉셀 대학 교수 역시 “KAIST의 오준호 교수팀의 휴보를 사용하게 된다”며 이와 함께 “NSF 프로젝트 내 국제교육·연구파트너십(PIRE)으로 미국의 학생들이 6개월간 KAIST 휴보랩에서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학생들이 한국의 로봇 기술을 학습하기 위한 6개월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이다.

휴보2는 국내 최초의 두 다리로 달리는 로봇으로 KAIST에서 지난해 개발을 완료했다.

달리는 인간형 로봇은 2004년 일본 혼다의 ‘아시모’와 2009년 도요타 ‘파트너’에 이어 세계 세 번째다.

KAIST 휴머노이드 로봇연구센터가 2004년 공개한 인간형 로봇 ‘휴보’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휴보2는 최고 시속 3.6㎞로 달릴 수 있으며, 최장 보폭은 30㎝고 1초에 3보 이상을 뛸 수 있다. 걷는 속도도 과거 휴보의 시속 1.2㎞에서 지금은 1.8㎞로 빨라졌다. 로봇의 경량화에 중점을 둔 휴보2의 키는 120㎝로 기존 휴보와 동일하지만 몸무게는 37㎏(배터리 및 케이스 제외)으로 20㎏ 가까이 줄었다.

휴보2의 온 몸에는 총 40개의 관절이 있어서 사람처럼 손목을 빙빙 돌릴 수 있으며, 5개의 손가락으로 복잡한 형태의 물건도 떨어뜨리지 않고 쥘 수 있다.

KAIST가 일본과 달리 휴머노이드 기술 공개와 이전에 적극적인 전략을 취한 것도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휴보2를 구입하게 된 배경이다. 혼다는 아시모 연구개발비조차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기술 공개와 이전을 꺼리고 있는 반면에 ‘휴보’를 개발한 오준호 KAIST 교수는 휴보의 기술 이전에 주저하지 않았다. 이는 적극적인 기술 공개와 이전을 통해 한국이 세계 휴머노이드 분야 표준화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오준호 교수는 “미국과 싱가포르 대학이 휴보를 구매,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다”며 “이번 기술 이전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휴머노이드 분야 표준화에도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