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프론티어 연구자 릴레이 인터뷰]<7>노동영 서울대병원 교수

노동영 서울대병원 교수(왼쪽)와 연구원들이 임상정보 DB를 살펴보고 있다.
노동영 서울대병원 교수(왼쪽)와 연구원들이 임상정보 DB를 살펴보고 있다.

노동영 서울대병원 교수는 유방암 분야에서 유명한 의사다. 자타가 인정하는 유방암 수술의 최고 권위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과학자’라고 말한다. 노 교수는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의 프로테오믹스이용기술개발사업단에 참여하며 다양한 기초의과학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노 교수는 “환자를 보면서 기초연구까지 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몰려드는 환자를 다 진료하지 못하고 일정 수로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노 교수가 연구하는 분야는 향후 상용화가 되면 환자들에게 더욱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노 교수의 주된 연구 분야는 △한국인 유방암 환자와 정상 여성의 생체 시료 수집 및 임상정보 DB화 △암 조기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 개발 △암 예후인자 발굴 △항암제 감수성 예측을 위한 단백질 예후인자 발굴 등이다. 당장 환자의 병을 낫게 하거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연구 성과가 확산되면 획기적으로 진단 과정을 개선해 치료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는 “유방암 등 대부분의 암은 산업화 이후에 발병률이 높아진 ‘선진국 병’으로, 현재는 의학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분야”라며 기초·원천기술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교수 스스로가 임상을 하는 의사지만 의과학자로서의 기초기술 상용화는 그에게도 역시 어려운 과제다. 그는 “기초적인 기술이 기술이전 단계를 지나고 부터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준 임상’에 가까운 대규모 검증단계로 가려면 연구 성과에 대한 높은 신뢰성을 갖춰야 하는데, 아직 의사와 과학자들이 서로에 대한 믿음이 두텁지 않은 상태다.

노 교수는 자신이 두 가지를 다 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미국국립보건원에 있다가 한국으로 왔던 20년 전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기초연구 수준은 그리 높지 못해 진입 장벽 자체가 낮았다. 노 교수는 “지금은 우리나라 기초과학 수준이 너무 높아 진료만 하던 의사가 연구계로 진입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노 교수는 기초의과학 연구에도 반드시 의사가 참여해야 하고, 임상 단계에서도 기초 성과를 내놓은 개발자가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초적인 의과학연구도 결국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학자들이 다루는 수치나 데이터와는 다른 요인을 의사는 잘 잡아낸다. 또 임상단계에서는 과학자가 보다 근원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프론티어 사업 등으로 아직 광범위한 암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다”며 “‘과학자’로서도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