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가 처음으로 정치권을 직접 찾아 당면 현안에 대한 요구와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기준·이하 한국과총)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 과기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과학기술인 국회 방문의 날’을 개최하고 4개 권역별로 과기계 현안 이슈를 논의했다. 하지만 예산안 통과를 둘러싼 국회 파행으로 당초 권역별 토론회에 참석키로 한 의원들 중 상당수가 참여하지 못했다.
4개 권역별 토론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곳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특별법 제정을 의제로 던진 대전·충북·충남지역 연합회다.
이영호 대전지역연합회장은 “국회의원 없이 진행하는 토론이 알맹이 없는 대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오창·대덕·세종시에 국가가 쏟은 돈이 30조원 가까이 되는데 이러한 투자의 효율성 무시하고 과학벨트를 지역 명시 없이 추진한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했다.
방재욱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은 “국회에 제출된 과학벨트 특별법이 지지부진 이유는 과학을 특정 지역으로 축소시키는 경향 때문”이라며 “과학은 지역갈등의 산물이 아니며 대덕 과학단지 역시 충청 대전권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경남, 부산지역연합회는 대구광역시 및 경상북도(이하 대경권) 선진화를 위한 R&D컨트롤타워 설립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이덕동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는 “대경권의 R&D 활동은 극히 침체돼 있다”며 “대경권 R&D 컨트롤타워 설립으로 대학, 연구소 및 기업 간 협력의 구심점과 기술혁신 주체의 확립을 통해 R&D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전 세계 특허를 분석하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지재권브로커링센터 설립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광주전남, 전북, 제주지역연합회에서는 과학기술관련 법인 설립 허가권의 지방 이양과 산업기능요원 편입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또 수도권에서는 글로벌 철도인재 양성, 스크립스 및 바텔연구소의 국책연구 활용 등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국회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지역별 토론회에 참석한 서상기 의원은 “비록 지역별로 의원들이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번 행사는 그 자체로 과기계의 의견을 모은 의미 있는 자리”라며 “현재 국회에서는 지지부진한 국과위와 과기벨트 관련 법령을 의장 직권상정으로 처리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전지역연합회 한 회원은 “지역이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기벨트 특별법이 정부안 그대로 통과된다면 우선은 법통과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향후 지역 선정을 둘러싼 또 다른 갈등이 야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한국과총은 국회의원 과학기술 자문단을 출범시켰다. 해당분야 전문가 150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은 현안에 대해 의원들에게 과기계 의견을 전달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