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20d의 `치명적인 유혹`

BMW 520d의 `치명적인 유혹`

치명적인 유혹이 시작됐다. 월드 베스트셀러, BMW 5시리즈 중에서 넉넉한 힘을 발휘하면서도 연비가 무려 18.7㎞/h에 이르는 520d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마음 같아서는 기름을 가득 채우고 서울, 강릉, 부산, 목포 찍고, 인천 거쳐서 서울로 돌아오고 싶다.

그렇게 달리고도 기름이 얼마나 남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지만, 여건이 허락 지 않았다. 출퇴근길을 멀리 돌아다니고, 사진 촬영을 위해 영종도를 다녀 오는 정도로 아쉬움을 달랬다.

7시리즈와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로 스타일도 닮고 차체도 커진 5시리즈는 과거 단단한 서스펜션과 예리한 핸들링으로 얻었던 스포츠 세단의 명성을 잃지 않으면서, 보다 편안하고 안락한 세단 만들기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 결과 지난 6세대 5시리즈의 날카로운 스타일이 많이 부드러워진 만큼 주행 감각도 부드러워졌다. 3m에 육박하는 2968㎜의 휠베이스는 대형 세단 수준의 넓은 실내 공간을 선사한다.

이젠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5시리즈지만 모처럼의 만남은 설렜다. 바로 디젤 엔진 때문이다. 현재 세계 최고 성능의 디젤 엔진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BMW다. 물론 가솔린 엔진도 그렇다.

520d에 장착된 엔진은 4기통 2리터 디젤엔진으로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무려 38.9㎏.m에 이른다. 이처럼 4기통 엔진이라 하기 힘들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보니 1.7톤의 준대형 차체를 8.1초 만에 100㎞/h까지 끌어올린다. 225㎞/h까지나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이런 수치보다 실제 주행에서 조금의 버거움도 없이 부드럽고 힘차게 가속해 나가는 모습에서 기술력을 실감한다.

520d에는 부드러운 주행과 뛰어난 연비 실현을 위해 4기통 엔진 최초로 8단 자동 변속기를 적용했다. 아주 분주하게 움직이는 덕분에 100㎞/h에 도달할 때까지 변속을 3번이나 한다. 40, 60, 85, 110, 140, 180, 220㎞/h. 이 속도에서 각각 변속이 이루어진다. 100㎞/h로 주행할 때 회전수는 불과 1500rpm이다. 거기다 이피션트다이내믹스도 적용되어 있어 연비는 더 좋아진다.

폭발적인 토크의 디젤 엔진 특성상 어떤 속도로 정속주행을 하다가도 큰 힘들이지 않고 시원하게 가속해 나간다. 하지만 기어 레버를 좌측으로 밀어 ‘S’모드로 주행한다면 평상시 보다 더 강력한 가속을 즉각적으로 얻어 낼 수 있다. 시내에서 조금 다이나믹하게 주행하고 싶다면 ‘S’ 모드, 강추다.

편의장비는 일부 빠진 것이 있지만 한국형 네비게이션과 크루즈컨트롤, 헤드 업 디스플레이까지 다양하게 갖췄다. 한 가지 낯설고 아쉬운 대목은 버튼 시동 장치까지 갖추면서도 스마트키가 적용되지 않은 점이다. 대신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차 문을 연 후, 키는 그냥 다시 주머니에 넣어 둔 채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된다.

조이스틱처럼 생긴 변속기 레버도 이제는 익숙할 뿐 아니라 아주 편리하다. 주행하다 차가 잠깐 멈추어 설 때 자동으로 주차 브레이크를 잡아 주고 출발할 때 풀어주는 오토 홀드도 아주 매끄럽게 작동된다. 메뉴 버튼들을 밖으로 배치해 좀 더 편하게 개량된 iDrive에는 전화 버튼이 있지만 520d에서는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점도 아쉽다.

520d는 중후한 스타일에 안락하면서도 여전히 뛰어난 안정성과 예리한 핸들링, 4기통 엔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넉넉한 가속성능이 더해져 비즈니스 세단으로 부족함이 없다. 거기다 70리터 용량의 경유 탱크에는 아무리 먼 길이라도 지갑 걱정 덜 수 있는 여유를 가득 채울 수 있다.

글, 사진 / 박기돈 기자 nodikar@rpm9.com

BMW 520d의 `치명적인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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