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레인 가자랠리 리먼브러더스 애널리스트는 1987년 증시 대폭락을 정확히 예측한 이후 순식간에 유명인사가 됐다. 하지만 그후 그녀가 발표한 13건의 예측 가운데 실제로 적중한 것은 5건뿐이었고, 직접 운영하던 뮤추얼 펀드의 수익률도 여섯 해 중 한 해에만 시장 평균수익률을 소폭 웃돌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소속 경제학자들은 1976년부터 1995년까지 15년 동안 국민총생산(GNP) 성장률과 관련해 총 여섯 번의 전환점 가운데 세 번만 맞혔다. 또 이 기간 동안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와 미국 의회예산처의 경제 전환점 예측 정확도 역시 각각 36%와 50%로 저조했고, 특히 인플레이션 예측에선 두 기관이 각각 발표한 세 건이 모두 빗나갔다.
매일 전 세계 수많은 금융기관에서는 증시, 환율, 금리 등에 대한 예측을 쏟아낸다. 하지만 애널리스트 가운데 예측치에 기반을 둔 투자로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가 진실이라고 굳게 믿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단지 동전 던지기나 어림짐작의 확률보다 더 나을 게 없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경제, 경영, 증시, 기술, 기상, 인구, 사회 일곱 가지 분야에서 예측에 대한 역사적 기원을 살펴본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하다. 화려한 최첨단 수단으로 무장한 예측 전문가든 점쟁이든 미래를 예측하는 실력은 똑같다는 것. 저자는 “여러 예측 중 믿을 만한 것은 오로지 내일의 기상예보와 인구 노령화뿐”이라며 “나머지 예측의 신뢰도는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인 50%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특히 기술 분야는 더욱 예측의 신뢰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십년간 예측가들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장기 기술 예측의 약 80%가 빗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예측 가운데는 1979년이 되면 인간의 평균 수명이 150~200세가 된다는 것도 있었다.
전문가의 예측은 대개 입증되지 않은 이론, 추세에 기초한 단순 추정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투입하는 자원이 낭비라고 말한다. 비판 없는 무조건적인 신뢰로 예측치를 가져다 중요한 일에 활용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윌리엄 A 서든 지음. 최은정 옮김. 스마트비즈니스 펴냄. 2만5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