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마인드 바이러스

마인드 바이러스
마인드 바이러스

사람은 모방의 동물이다. 친구가 하는 행동을 다짜고짜 흉내내는 것처럼 사람은 다른 이에게서 배우고 모방해 또다시 퍼뜨리는 성향이 강하다. 최근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가 확산되면서 모방을 통한 정보 전달의 강도와 속도가 갈수록 더하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이 같은 행위는 문화의 전달 요소이자 문화 복제자, 즉 ‘밈(meme)’에 의해 전파된다.

 밈은 지난 1976년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그에 따르면 밈은 ‘모방 등 유전 이외의 방법에 의해 전달된다고 여겨지는 문화의 요소’다. 이를테면 언어, 옷, 의식과 관행, 예술과 건축 등은 비유전적 방법으로 전달되고 진화하는 문화다. 문화의 전달에도 유전자처럼 복제 기능을 가진 최소 단위가 모방(mimeme)의 어원에서 따 온 밈인 것이다.

 저자인 리처드 브로디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의 첫 버전을 개발한 창조적 천재로 꼽힌다. 그는 책에서 다른 사람에게 생각과 태도, 신념이 전달되는 것이 마음을 통해 이뤄진다며 밈 과학을 소개한다. 밈이 수천 번의 모방을 겪으며 마음에서 마음으로, 마치 바이러스가 퍼지듯 사람들에게 전파된다고 한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보편화된 최근 들어서는 마인드 바이러스, 즉 밈의 침투력이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얼마 전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위력이 단적인 예다. 저자 역시 “마인드 바이러스의 침투력은 정보화 사회가 진전될수록 더 강고해질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결국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정보와 엄청난 밈을 무작위로 받아들이다 보면 자신의 삶이 ‘타인화’될 것이 뻔하다. 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온한 마인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밈이 가장 자극적이고 전염성이 클까. 바로 인간의 기본적인 네 가지 욕구인 싸움, 피신, 먹기, 짝짓기를 충족시켜주는 것처럼 보이는 밈이다. 여기에 더해 소속감과 구별, 배려, 인정, 권위에 대한 복종 등 사회적인 2차 욕구에 해당하는 밈도 전파력이 강하다. 수많은 밈 가운데 이런 밈은 대중 매체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며 오래도록 살아남는다. 바이러스처럼 지속적으로 복제되면서 어디든 틈만 보이면 침투해 들어가 한 사람의 일생을 조종할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은 단순히 밈 과학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긍정적인 밈 하나가 세상 또한 바꿀 수 있다면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감염을 치료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마인드 바이러스에 감염돼 조종당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인드 바이러스가 지닌 흥미로운 특징 가운데 하나. 별 개수로 매겨진 건조한 영화평보다 “그 영화 강추!”라는 친구의 한마디가 더 호소력이 강하다. 은근한 말 한마디의 효과가 각별하듯, 늘 사물과 현상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담는다면 행복한 밈의 전파자가 될 수 있을 듯싶다. 밈 과학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게 책에 담긴 바람이다.

 리처드 브로디 지음. 윤미나 옮김. 흐름출판 펴냄. 1만4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