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커스]전자전(electronic warfare)

[사이언스 포커스]전자전(electronic warfare)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국군의 대포병 레이더(AN/TPQ-37)는 적의 공격 징후를 알아채지도, 공격원점을 찾지도 못했다. 이는 북한의 해안포 기지에 배치된 전자기파(electromagnetic pulse·EMP)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의 전폭기들은 이라크군 방공망의 핵심인 SA-2 미사일의 공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폭격 전 출격한 EA-6B 프라울러(Prowler)기 등 전자전 공격기를 이용해 방공망 레이더와 미사일 레이더를 교란했기 때문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전자전(electronic warfare)에 제대로 대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주 화력이 미사일과 장거리포에 의한 정밀 타격으로 바뀌면서, 이를 정확히 조종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적군의 공격을 교란시킬 수 있는 방어 능력과 이러한 방어 체계를 무너트릴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해졌다.

전자전은 크게 적군의 전자파를 교란하는 전자방해 활동(ECM)·아군의 전파 이용을 확보하기 위한 전자방해방어 활동(ECCM), 전자전 지원활동(ESM) 등으로 구분한다. 연평도 도발을 통해 많이 알려진 EMP 무기는 인명을 살상하지는 않지만 반경 내 있는 전자장비를 ‘먹통’으로 만들 수 있는 첨단 무기다. 통신장비·레이더는 물론이고 전자장비에 의해 정밀하게 조종되는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미국·중국·러시아를 비롯한 군비 강국은 전자전에 대한 많은 투자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A-6B 프라울러기는 적의 방공레이더를 비롯한 방공망을 무력화시키는 미군 전자전 작전인 ‘SEAD(Supression Enemy Air Defence)’의 선봉 격이다. 미사일을 목표물에 명중시키기 위한 유도 장비나 미사일을 탐지하는 방공레이더에 방해전파를 송신해 적군의 공격·방어 능력을 한꺼번에 무너뜨린다.

또 최근에 미 해군이 작전 배치한 EA-18G기는 최첨단 전자전 장비를 탑재해 적의 방공체계와 전자전 공격을 제압하기 위한 설계를 갖췄다. 보잉사에 따르면 재밍 시스템이 결합된 광대역 수신기로 적의 지대공 미사일을 무력화하고 정밀한 공중 전자전 공격이 가능하다. 또 재밍 작전 중에도 지속적인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방해 취소 시스템(ICANS)’으로 실시간으로 변하는 전자전에 대응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전자전을 위한 전투기다.

북한은 GPS 전파 방해 장치인 ‘GPS 재머’를 보유한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뒤늦게 알려진 지난 8월의 서해안 GPS 전파 수신 장애는 북한이 GPS 재머를 이용한 전자전 공격이었다는 분석이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전파 수신 장애는)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은 50~100km 거리 내에서 전자전 공격이 가능한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하원 EMP 소위원회는 2008년 러시아와 파키스탄, 중국의 과학자들이 북한에서 EMP 무기를 연구하고 있으며 북한은 이미 상당 수준의 EMP 기술과 관련 무기를 보유했거나, 혹은 몇 년안에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우리 군의 전자전 대비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1999∼2007년 88억원을 투자해 EMP탄 응용연구를 완료했고 선진국 대비 50∼80%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으며 올해를 목표로 63억원을 투입해 2015년까지 EMP탄의 전력화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군사적 효용 가치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군 당국은 전자전에 대비하기 위한 대포병 레이더 ‘아서(ARTHUR)’를 연평도에 긴급 배치했다. 아서는 적 포병의 공격 위치를 신속하게 탐지해 관련 정보를 지휘통제시스템에 수초 안에 전송한다. 탐지거리는 최대 60㎞에 달하며 오차 범위는 30m 정도다. 아서급 레이더의 배치로 보통 5∼6시간 가동 후 일정시간 냉각해야만 했던 기존 AN/TPQ-37의 공백을 메워 24시간 탐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군은 스웨덴 사브(SAAB)사로부터 올 1월부터 내년까지 모두 6대의 아서를 인도받을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아서는 사거리가 짧거나 낮은 탄도의 북 해안포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TPQ-37의 단점을 보완해 줄 것”이라며 “연말쯤 음향탐지레이더까지 갖춰지면 북 해안포나 방사포 도발을 보다 완벽하게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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