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 대설이 지나면서 겨울바람이 꽤 매섭게 분다. 겨울은 식물이 뿌리, 씨앗에 기운을 응축하며, 동물은 겨울잠으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계절이다. 한의학 고전인 ‘내경’에서는 이를 ‘폐장(閉藏)’이라고 표현했다. 모든 기운을 갈무리해 꼭 여며놓는 계절로, 사람 또한 이 기운에 순응해야만 생명력을 기르고 건강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야 한다. 내경에서는 ‘반드시 해가 뜨길 기다려 일어나라’고 했다. 추운 기를 피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며, 땀은 나지 않게 한다. 따라서 멀리 가거나 밖에서 일을 하며 찬 기운에 오래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다. 심한 일이나 운동으로 땀을 흘리는 것은 양기(陽氣)를 빼앗기는 일이므로 피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 운동은 새벽이나 밤늦게 하지 말고 낮 시간에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지나치게 따뜻하게 해서도 곤란하다. 어린이들의 경우 이로 인해 질병 저항력이 크게 저하된다. 동의보감 소아편에서는 ‘옷을 두껍게 입혀 너무 따뜻하면 피부와 혈맥을 상해 피부병이 생기고, 땀이 나서 땀구멍이 닫히지 않으면 찬바람이 쉽게 들어온다. 날씨가 따뜻할 때 아이를 안고 나가 바람을 쏘이거나 햇빛을 보게 하면 기혈이 강해져 풍한을 견딜 수 있고 질병이 생기지 않는다. 너무 따뜻하게 하면 근골이 연약해져 쉽게 질병이 생긴다’고 하였다. 집안에서 반팔을 입을 정도로 난방을 하는 것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의 건강을 해치는 길이므로 유념해야 한다.
겨울은 밤이 길고 낮이 짧은데서 알 수 있듯이 음양(陰陽) 중 음기가 강하고 양기는 약한 계절이다.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양기를 요동시키지 않고 잘 응축해야만 봄철에 새싹이 피어나듯 건강할 수 있다. 또 몸 안의 음정(陰精)을 저장해 겨울 기운과 상통하는 장부인 신장(腎臟)도 튼튼해져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