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정보통신 분야의 아이콘은 누가 뭐라 해도 애플에 의해 촉발된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 열풍이다.
애플이 스마트패드인 아이패드를 처음 선보였을 때 많은 사람이 그 성공 가능성에 반신반의했지만 올해 전 세계 시장에서 보란 듯이 대성공을 거뒀다. 현재 전 세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10%대에 불과하지만 수년 후 스마트폰은 휴대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모두 확신한다. 또 스마트패드 시장은 향후 매년 두세 배로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는 게 조사기관 대부분의 공통된 전망이다. 거대한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은 물론이고 업무 방식과 서비스산업 형태를 바꾸고 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스마트워크와 스마트비즈니스 등이 좋은 예다. 스마트패드의 킬러 앱은 미디어서비스와 전자책이다. 현재 이 기고문은 종이신문에 실리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종이신문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종이책 역시 오랜 시간 동안 나름의 영역을 지켜가겠지만 그 비중은 위축되어갈 것이다.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우리 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다행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제조사는 휴대폰 분야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스마트폰 및 스마트패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 열악한 환경의 국내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개발기업에도 의미 있는 환경 변화가 있었다. 아이폰과 앱스토어는 이동통신 사업자와 단말 제조사 중심의 폐쇄적이고 불공정한 콘텐츠 유통 체계를 콘텐츠 중심의 개방형 체계로 변화시켰고 이렇게 열린 새로운 모바일 시장을 향한 소규모 개발사, 심지어는 1인 기업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이 바로 하드웨어 기기, 소프트웨어 솔루션, 디지털콘텐츠 간 건전한 가치사슬을 형성할 수 있는 적기다. 상호 협력 하에 각각의 분야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여기에서의 핵심 요건 가운데 하나는 혁신적이고 차별성을 가진 앱과 콘텐츠의 개발에 있다.
우리는 이미 성공사례를 가지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PC 및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에 맞추어 적기에 선도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는 온라인게임이 그것이다. 디지털 생태계의 역할 모델을 보여줬고 그렇게 성장한 온라인게임 산업은 내외적인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10여년간 세계적인 아성을 구축해 왔다.
최근 정부에서도 건전한 디지털콘텐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노력의 핵심은 디지털콘텐츠 가치사슬을 연계해 국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있다. 절대 필요한 노력이다. 다만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디지털콘텐츠 생태계의 요소요소에 최고의 인력이 몰릴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환경 개선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휴대폰 제조 기술이 왜 뛰어난가. 우리나라는 어떻게 온라인 게임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서비스할 수 있었던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유력한 답은 1970~1980년대 우수 인력이 해당 분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탁월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창의적인 스토리텔러,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적 이해를 고루 갖춘 통섭형 인재가 필요하다. 이러한 우수한 인력을 어떻게 디지털콘텐츠 생태계에 보급할 수 있는지 그 방안을 모색해 보자.
한정현 고려대 정보통신대학 교수 jhan@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