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476>부하가 관둔다고 할까봐 눈치본다

 시어머니 시집살이는 옛말이다. 요즘은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보는 세상이다. 사무실도 그렇다. 직원이 관둔다고 할까봐 상사가 뭔 말을 못한다. 출근길에 전화벨이 울리면 못나온다고 할까봐 손이 떨리고, 퇴근길에 면담하자고 하면 관두겠다고 할까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일을 좀 서툴게 해 와도 큰 소리 한번 친 적 없고 싫은 내색은커녕 덮어주고 때워준다. 부하가 아니라 상전 같다. 개인 돈 써가며 밥도 사고 술도 산다. 이렇게 공들였는데 관둔다고 할까봐 걱정이다.

 

 인사 관리가 아니라 인재 마케팅이다.

이제 ‘채용’은 더 이상 “뽑아줄께”와 같은 구매활동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 와주십시오”와 같은 마케팅 활동이다. 이제 ‘이직’은 더 이상 ‘중이 저 싫어서 나간 것’이 아니라 ‘내부고객 이탈행위’며 고객 이탈사유 분석하듯 분석해야 할 일이다. 눈치 본다고 공치사 하지 말고 당연하게 여기자. 발빠른 이직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나갔으면 하는 직원보다 있었으면 하는 직원의 이직이 더 늘어날 것이다. 조금만 버벅거리면 Ctrl+Alt+Del 눌러서 PC 재부팅하듯 아니다 싶으면 뒤도 안보고 떠나버리는 요즘 세대다. 3년은 사귀어야 사랑의 정표로 나누던 반지가 요즘은 100일 기념으로 커플링을 맞춘다. 3개월, 6개월, 9개월이 고비라 369신디롬이 생겼고 인내심이 4분의 1로 줄어서 쿼터리즘(Quaterism)이라는 말이 생겼다. 즉각즉각 리모콘으로 TV채널 돌리듯 회사를 옮기고, 가격 비교 싸이트에서 상품 구매하듯 인터넷에 구인광고를 검색한다. 이제 ‘이직행동’을 원망할게 아니라 ‘이직의도’를 눈치채자. 이직행동은 리더가 통제불가능한 영역이다. 하지만 이직의도는 미리 알아차리고 완화할 수 있으며 원인에 따른 적합한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 간다 간다 하면서 아이 셋 낳고 간다고 관두고 싶었지만 있어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도 리더의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