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후총회 유치, 藥인가 毒인가?

[기자수첩]기후총회 유치, 藥인가 毒인가?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최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6)에서 2012년 총회(COP18)를 한국이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COP16에서 개발도상국들은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을 선진국에게 돌렸다. 선진국들은 온실가스를 방치하면 모두가 위험하다는 논리로 개도국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포스트 2012 체제’ 마련은 다음 총회로 미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2012년 총회(COP18)를 한국이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COP18 유치는 이명박정부가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줄 수 있다. ‘선진 개도국’으로 자리 잡은 우리나라가 개도국과 선진국의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내 ‘한국의정서(가칭)’라는 협정서라도 도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면 분명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2012년 총회 의장국이 된다는 것은 녹색성장 선도국으로서 자신감을 과시할 수도 있지만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현재 온실가스 비의무 감축국가인 우리나라가 총회를 유치할 경우 의장국으로서 의무 감축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 불가피한 일이다.

 교토의정서가 만들어진 1987년 일본은 주최국이라는 입장 때문에 2008~2012년 온실가스 감축량을 1990년보다 6% 줄이겠다며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양보를 했다. 그 뒤 지금까지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이같이 기후변화 대응에 선제적 역할을 자청하고 있는 것에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2013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COP18 유치를 위해 자칫 분에 넘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정부가 높은 목표치를 제시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산업계가 안아야 하는 상황이라 이들의 걱정이 십분 이해된다.

 따라서 정부는 COP18 유치가 ‘국격’과 ‘실익’ 사이에서,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다시 한 번 신중하고 냉정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