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정점으로 대표되는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원의 생산 정점과 기후변화는 이 시대 우리가 처한 중첩된 에너지 위기의 핵심이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고갈의 위험에서부터 자유롭고 환경 친화적인 재생가능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또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을 개발, 확산시키기 위해 대다수 국가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서 재생가능에너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늘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모든 재생가능에너지가 항상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며 동일한 재생가능에너지라고 해서 모두 같은 효과나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어떤 관점과 관심에서 접근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고려하는지, 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추진하는지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가령 산림을 베어내고 산을 깎아서 설치한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들은 그 자체로 환경파괴적인데다 심지어 의도했던 탄소 저감 효과보다 이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 가치가 더 클 수도 있다. 기후변화로 ‘저탄소는 친환경’으로 홍보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친환경이 저탄소’일 수는 있으나 그 역관계가 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또 하나의 사례는 최근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대규모 조력발전이다. 발전 사업자들이 2012년 시작될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를 이행하는 데 있어 한꺼번에 대규모의 전력을 얻을 수 있는 조력발전이 다른 재생가능에너지보다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서해안의 큰 조차를 이용해서 가로림만(520㎿), 강화도(420㎿), 인천만(520㎿) 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조력발전에 유리한 큰 조차는 바로 갯벌의 풍부한 생태적 환경이 있게 된 조건이므로 조력발전은 현재의 해양생태계에 치명적일 가능성이 농후해 지역 어민과 환경단체들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서는 친환경 운영방식과 인공습지 및 대체서식지 조성, 해수교환 최대화 등의 친환경 설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추측과 계획일 뿐 과학적이거나 경험적인 검증이 이뤄진 것이 아니다. 영국에서 10월 발표된 세븐조력발전 타당성 연구결과와 이를 기초로 한 건설 보류 결정은 조력 발전 추진에 얼마나 다양한 항목들을 치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는지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최근 발표된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시안에는 사업자의 건설 의향 100% 반영 방침에 따라 2010년에서 2024년 사이에 해양에너지 설비를 3037.5㎿ 건설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의 주요 수단 중 하나기도 하다.
이러한 접근의 기저에는 형태나 규모, 입지에 상관없이 모든 재생가능에너지는 저탄소이기에 친환경이라는 발상과, 지속가능한 에너지체제로의 전환보다는 온실가스 감축 관련 산업의 육성과 수출 산업화라는 산업적 관점이 작동하고 있다. 어떻게든 재생가능에너지 관련 설비의 비중을 늘리면서 기술과 시장을 개발하고 확대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이다.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시안에서는 전력수급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 요인 중 하나를 ‘수요관리 목표량 과다 반영(또는 수요 관리 부족)’이라고 진단하면서 수요관리 효과를 보수적으로 예상해서 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신규 발전 시설을 늘려 잡아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계획이라면 괄호에 넣어서 표현한 수요 관리 부족을 문제 삼아야 한다.
보다 확실하게 수요를 관리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전력 수요를 감소시켜 나가면서 진정으로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려가야 한다. 공급 위주 발상이 지속되는 한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가 지금처럼 추진되는 한, 재생가능에너지가 자연파괴형으로 될 공산이 크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교수 ecodem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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