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는 대만의 훙하이정밀공업(鴻海精密工業)이 될 것이다."
일본의 유력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이 13일 글로벌 정보기술(IT)시장의 경쟁 구도와 관련해 이례적인 전망을 내놨다. 소니, 도시바, 후지쓰 등 일본의 샛별같은 전자기업들을 제치고 올해에도 최고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의 라이벌 회사로 글로벌시장에선 생소한 대만 훙하이정밀공업을 지목한 것이다. 올해 중국 내 노사 분규의 근원지가 됐던 팍스콘(Foxconn)이 바로 이 회사의 자회사로 애플 등에 주요 부품 등을 공급하고 있다.
1974년 설립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방식을 유지해 온 훙하이정밀공업은 최근 10년간 매출액이 무려 30배 이상 늘어나는 고속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대만의 IT 전문기업으로는 처음으로 2년 이내에 `매출 1000억달러 클럽`에 가입하며 동아시아의 한국ㆍ대만 전자기업간에 새로운 양강 구도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액은 1170억달러였다.
닛케이는 12월 초 유럽연합(EU)이 한국ㆍ대만 LCD 업체들에 부과한 총 6억5000만유로의 카르텔 과징금을 삼성전자와 훙하이정밀공업의 `전초전`이라고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훙하이정밀공업의 주력 자회사인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가 3억유로의 과징금을 부과받자 훙하이그룹의 창업주인 궈타이밍 이사장이 직접 나서 "삼성전자가 EU 유럽위원회(EC)에 카르텔 정보를 제공하고 과징금을 모면했다"고 주장하는 등 삼성전자를 직접 공격했기 때문이다.
닛케이가 한국ㆍ대만 대표 기업의 차세대 경쟁구도를 예상한 것은 단순히 매출액 규모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LCD, 액정TV 등 주력 사업모델이 겹치는데다 훙하이정밀공업이 공격적인 인수ㆍ합병(M&A) 전략을 통해 자사 브랜드화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훙하이정밀공업은 지난해 세계 4위 LCD 업체인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를 합병해 모바일 제품 생산으로 시장 영역을 넓혔다. 지난 2년간 소니의 멕시코 LCD 공장과 슬로바키아 LCD 공장을 잇달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팍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직원들의 자살사태로 홍역을 치른 바 있지만 회사의 고속 성장 가도에는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쿄=매일경제 채수환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