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

 68년전 제주 북동쪽 한적한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소년은 지금 제주를 세계적 녹색·청정 도시로 키우는 선봉에 서 있다. 그의 놀이터였던 반농반어의 가난한 마을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스마트그리드 단지로 변신해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 녹색성장의 상징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68)의 탐라 토박이 성장사는 그의 본적지인 제주 구좌읍 종달리의 변화상과 놀랍도록 딱 맞아떨어진다.

 유배의 땅에서 전쟁의 땅으로, 흙조차 타버린 제주도는 올해 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따내면서 ‘세계의 섬’으로 우뚝 섰고, 우 지사는 그 변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그의 어릴 적 터전에 들어선 아리따운 현대식 펜션들은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사업중에서도 생활공간을 똑똑하게 바꾸는 ‘스마트 플레이스(Smart Place)’ 적용 주택으로 변신해, 국내외 여행객을 사로잡고 있다.

 

 제주도가 ‘한국인의 여행지’에서 ‘세계인의 자랑’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한 국민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만난 우근민 지사는 제주가 유네스코 세계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세계자연유산 등재·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모두 따내고 세계 첫 ‘트리플 크라운’ 달성의 여세를 몰아, 내년 11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도 자신했다.

 “이제는 ‘청정’이 자산입니다. 자연환경 보전과 신재생에너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전 세계적인 노력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세계가 인정한 환경 자산의 가치를 보전하는 것을 바탕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발전 비전으로 잡고 뛰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환경 수도의 기치를 내걸고 주민참여, 환경과 경제의 통합, 사전 갈등 예방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선 보전 후 개발’의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제주도가 시행하고 있는 관리보전지역(GIS) 생태보전등급 제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보유 천연자원을 산업과 자연스럽게 연계하는 것이 중요했다. 섬이라는 공간·지리적 제한을 뛰어넘어, 아이디어와 창의성만 있으면 무궁무진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우 지사의 지론이다.

 “제주의 고유한 자원을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물, 한방바이오, 식품, 프렌차이즈 산업을 5대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들 신산업의 육성을 위해선 환경의 지속성, 경제 성장의 지속성, 행복한 삶의 지속성이라는 3대 지속성 원칙을 지키고, 제주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앞으로 첨단 재생에너지 산업, 스마트그리드 거점도시 및 이와 연계한 스마트워터 실증 단지 구축, 건강·바이오·IT 등 첨단산업 등 신성장 동력 산업을 미래비전 프로젝트로 집중 육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국가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를 선도하는 지자체 답게 자부심은 높았다. 스마트그리드 대표 지자체를 넘어, 제주도 브랜드의 세계화에 스마트그리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지난달 성공적으로 개최한 스마트그리드 위크는 스마트그리드가 지구 온난화에 적극 대응하고 우리나라가 에너지, IT 융합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녹색성장 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미 전세계에 대한민국이 가진 ‘스마트그리드 세터’로서의 역량을 강하게 보여준 만큼, 우리나라가 스마트그리드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해 나갈 것을 확신합니다. 제주에서 운영중인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와 후속 사업은 관련 기술 개발과 산업화를 앞당기고 친환경 녹색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우 지사는 스마트그리드 국가 테스트베드인 제주도가 우리의 앞선 기술과 제품을 전세계에 알리고 관련 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2011년도 ‘세계 스마트그리드 포럼’을 제주에 유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또 연구개발 사업 추진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산업화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지금의 실증단지 범위를 넘어 제주도 전지역을 ‘스마트그리드 시범 도시’로 추진하는 계획도 분명히 했다.

 제주도가 스마트그리드와 함께 치켜든 또 다른 기치는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1번지’다. 풍력, 태양광, 파력, 조력, 소수력 등 지구상 거의 모든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천혜의 조건을 갖춘 덕분이다.

 “신재생에너지는 관광과 에너지를 연계하는 섬관광, 섬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2020년까지 제주 에너지 사용량의 20%, 2030년까지 3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입니다. 우선 풍력발전에 집중, 2020년까지 500㎿를 생산하고 도내 생산전력을 내륙으로 송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년부터 갖출 것입니다. ‘해상풍력 발전 플랜트 개발 및 설치’, ‘해상풍력발전 전기 생산 및 판매’는 제주도가 미래를 내다 보고 설정한 장기적 에너지 프로젝트입니다.”

 지열, 바이오연료, 수소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원을 통한 발전도 속속 가시화하고 있다. “화산지대 특성을 살려 24시간 발전가능한 지열발전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으며, 풍력발전을 이용해 물을 분해하고 수소를 제조하는 완전자연순환형 수소에너지 개발도 추진중입니다. 유채·감귤 등을 활용한 바이오연료 개발 등 바이오가스 생산·공급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2050년까지 전체 전력사용량의 절반을 신재생에너지로 채운다면, 제주녹색성장의 비전인 ‘탄소배출 제로의 섬(Carbon free Island)’이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물(水) 산업’도 미래전략 분야중 하나로 꼽는다. 제주 물산업은 정부 ‘5+2광역경제권 선도산업’에 선정된 국가 전략사업이기도 하다. 2012년까지 기술개발과 산업생태계 지원 등 17개 사업에 국비 등 총 414억원을 투자, ‘제주워터 글로벌 브랜드 기반’을 구축하게 된다.

 “특히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하는 분야는 ‘스마트워터’입니다. 우도 해수담수화시설을 활용해 물과 에너지, IT가 융합하는 스마트워터 실증플랜트 단지를 세울 계획입니다. ‘스마트워터’는 풍력 등으로 만들어진 전력의 여유분을 사용해 생산되기 때문에, 청정 물 생산의 새 흐름을 만들어낼 것으로 봅니다.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을 활용함으로써 물 생산원가를 톤당 1100원에서 700원으로 절감하는 효과 등 신경제 창출과 녹색성장의 기틀이 만들어질 것으로 자신합니다.”

 우 지사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스트소프트연구소 등을 유치한 경험을 살려, IT·BT 등 첨단업종 유망기업을 유치하는데도 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수출주도형 기업, IT·BT 등 친환경 첨단산업, 사업지원형 콜센터에 중점을 두고 유치 작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싱가포르 첨단 IT제품 애프트서비스(AS)센터 내에 들어선 기업을 끌어오는 노력도 진행중입니다. 수출기업 이전 촉진을 위해 이전 기업 중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입지보조금 및 시설투자 보조금에 대해 20% 범위의 추가 지원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소박스/내년도 역점 추진 사업은?

 내년은 제주도의 경제 영토를 전 세계로 본격 확장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올해 3억달러 가량에 그친 제주 경제의 전 세계 수출액을 오는 2014년까지 8억달러로 키운다는 청사진이다. 연간 외국인 관광객을 200만명 유치하고, 국제자유도시 핵심프로젝트 추진과 해외 주요도시와의 직항 노선 확충 등으로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일신한다는 방침이다.

 도 차원에서 기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뿐 아니라 유럽, 동남아, 중동 등과의 경제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쳐, 실질적인 경제교류가 확대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제주 고유자원을 활용한 녹색성장 정책도 지속 추진된다. 향토자원을 활용한 5대 성장산업과 첨단기술 4대 제조업을 중점적으로 키워갈 예정이다. 특히 스마트그리드 실증 기술과 연계한 담수화산업 등 융합산업의 중심으로 내부적 성장동력을 키워나가게 된다.

 이미 확보한 천혜의 환경자산의 가치를 명실상부한 세계인이 즐기로 자랑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마리나 시설을 확충하고, 투자유치도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제주의 역동성과 지속 성장을 보장할 토대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출산율2.0 제주플랜’도 추진된다. 0~5세 영유아 무상 보육, 유치원 친환경 급식비 지원, 야간돌봄 어린이집 확대, 보육시설 종사자 처우 개선 등을 통해 제주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우근민 지사는 “미래 제주가치를 높이고, 사회·경제적 활력이 넘치는 도민이 행복한 국제자유도시를 만드는데 내년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근민 지사는?

 제주에서 나서 크고, 지금도 제주에서 사는 진짜배기 제주 사람이다. 1942년 구좌읍에서 태어나 성산수산고와 명지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74년 총무처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두 번의 제주지사를 거쳐 97년 총무처 차관에 오를 때까지 25년간을 줄곧 총무처에서 몸담았다. 총무처 인사과장, 감사관, 기획관리실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국가 행정에 관해선 거의 섭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임명직 도지사 두번과 선출직 두번 등 우여곡절 속에서도 네번의 제주도지사를 거쳤으며, 지난 7월 생애 다섯번째 제주도지사에 뽑혔다. 우직하면서도 강직한 업무 스타일로 정평이 나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