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운 기자의 백투더 퓨처] SF 소설가 필립 K 출생](https://img.etnews.com/photonews/1012/070929_20101215145803_583_0001.jpg)
흔히 사람들은 SF라고 하면 로봇이 등장하고, 우주여행을 하는 뜬구름 잡는 소설을 상상한다. 물론 로봇과, 우주여행이 SF에서 많이 쓰이는 소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SF가 추구하는 본질은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미래를 그려봄으로써 오늘을 사는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가야할지를 전달하는 것에 있다.
미국 시카고 출신의 필립 K 딕.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겠지만 SF 마니아들에게는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A 하인라인 등과 함께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 ‘높은 성의 사나이’ ‘페이첵’ ‘유빅’ 등 그의 대표작들은 대체로 암울한 미래상과 인간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그리고 있다. 초능력·로봇·우주여행·대체역사·외계인과 같은 기존의 SF 소재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인간성의 본질을 추구해 기존의 SF와 차별화되는 점을 보여준다.
필립 K 딕은 1928년 12월 16일 미국 시카고에서 미숙아로 태어난 직후, 쌍둥이 누이를 잃는 등 유년 시절부터 불안한 삶을 살았다. 성인이 된 후에는 안전에 대한 강박에 시달렸으며, 마약에 중독됐고, 다섯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다. 생활고 때문에 1982년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까지 일생에 걸쳐 수십편의 장편과 수백편의 단편을 써냈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은 문학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구성과 인물 묘사를 놓치지 않았다는 호평이 엇갈린다.
필립 K 딕의 작품은 그가 죽기 몇 년 전에서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시작했으며, 그의 사후에는 할리우드에 의해 주목받는다. ‘블레이드 러너’ ‘페이첵’ ‘토탈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이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대표작이다.
소재의 곤궁에 시달리던 할리우드가 새로움을 찾는 방편으로 필립 K 딕의 소설을 선택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인간성이 소멸된 사회에서 인간의 정체성 탐구란 필립 K 딕의 고민을 영화도 담기 시작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가 심장마비로 죽은 이듬해인 1983년부터는 가능성 있는 신인 SF 작가에게 수여하는 ‘필립 K 딕 상’이 제정돼 ‘사이버 펑크의 성경’으로 꼽히는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와 같은 작품을 발굴해냈다.
여전히 소수의 문화로 치부되는 SF들이 담고 있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엿봄으로써 인류는 미래를 새롭게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