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타결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의회 비준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됐다.
미국 공화당 의회 지도부가 한ㆍ미 FTA와 미ㆍ콜롬비아 FTA 비준을 연계하는 원내 전략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14일(현지시간) 공화당 의회 지도부가 2006년 체결 후 5년째 표류 중인 미ㆍ콜롬비아 FTA 비준을 앞당기기 위해 최근 추가 협상을 끝낸 한ㆍ미 FTA와 비준 시기를 연계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공화당 지도부는 한국 콜롬비아는 물론 파나마와 체결한 FTA까지 조속히 비준을 추진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의회에서 하원 무역소위원장에 내정된 케빈 브래디 의원(공화ㆍ텍사스)은 FTA 비준 표결 전략에 대해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와 체결한 FTA 이행법안을 일괄 표결에 부치지는 않을 것이나 바로 연이어 표결처리하는 방안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 같은 공화당 측 전략이 현실화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미ㆍ콜롬비아 FTA 체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한ㆍ미 FTA 의회 비준이 상당 기간 미뤄질 것이라는 염려가 워싱턴 외교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콜롬비아 노조 탄압 등을 이유로 미ㆍ콜롬비아 FTA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텃밭인 진보 진영과 재계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한ㆍ미 FTA가 미국에서 먼저 비준되고 이후 한국에서 국회를 통과하는 순서를 예상했던 우리 정부도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사실상 미국 의회 선(先) 비준을 국내 비준을 위한 지렛대로 삼으려던 전략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정치 일정으로 볼 때 내년 9월부터 대선 체제로 들어간다"며 "따라서 내년 상반기 의회 비준을 예상하고 추가 협상을 서둘렀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ㆍ미 FTA 추가 협상 내용을 구체적 법률 문안으로 작성하기 위한 실무 회의가 17~19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된다.
최석영 외교부 FTA교섭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수석 대표로 회의에 참석한다.
[워싱턴=매일경제 장광익 특파원/서울=매일경제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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