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긴데 성적은 짧다. 우수한 성적은 우스운 적응력과 단짝인가. 학교에선 우등생 소리 들으며 졸업했고 신입사원 교육 때 강사님들마다 얼굴 한번 확인할 만큼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팀에 배치되고 상사 비위 맞추면서 나는 점점 작아진다. 조직의 정치에 휘둘리고 동료의 모함에 상처받았다. 깊이 없는 베끼기식 아이디어 잔치에 원론을 파헤치는 나는 진도를 못 맞춘다. 직장 다니지 말고 교수나 해야 할까 보다.
IQ로 입사했을지 모르지만 승진은 EQ(감성지능·Emotional Quotient)와 SQ(사회성 지수·Social Quotient)로 한다. 조직에선 그냥 이성지능이 아니라 실천적 이성지능이어야 하고 실질적 실용지능이어야 한다. Book Smart가 아니라 Street Smart해야 한다. 책상머리에서 똑똑한 것 말고 현장에서 똑똑해지자. 책상에서 우등생이었으니 세상에서도 가능성은 높다. 이제 진리를 찾고 과거를 암기한 것을 바탕으로 지혜를 만들어내고 미래를 그려내자. 공부는 이를 위해 한 것이다. 학교공부와 입사시험이 공부의, 공부에 의한,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었다. 진정한 우등생은 지식을 보유한 사람이 아니라 지식을 지속적으로 획득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차곡차곡 입력한 것을 현실감 있게 출력하는 사람이다. 판에 박힌 텍스트만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후좌우 콘텍스트(맥락)를 이해하는 사람이다. 상사, 부하, 동료와의 맥락을 이해하고 조직, 환경, 타이밍에 민감해지자. 이제 종목이 바뀌었다. 태권도하다가 마라톤하는 것과 같다. 물론 태권도 잘했던 기초 체력이 있으니 마라톤도 출발이 좀 쉬울 거다. 하지만 태권도할 때 썼던 근육을 포기하지 않으면 마라톤의 새로운 룰에 더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헛똑똑이 소리 듣지 않도록 새롭게 똑똑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