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리고 나면 그 중 일정량은 땅이나 식물의 표면에서 직접 ‘증발’한다. 강과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나가기도(유출) 한다. 또 다른 일부 빗물은 뿌리를 통해 식물에 흡수돼 식물의 기공을 거쳐 대기로 돌아간다. 이를 ‘증산’이라고 하고, 증발과 증산을 합쳐 ‘증발산’이라 부른다.
‘물부족’ 시대, 효과적으로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증발산과 유출의 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 개발 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는 김준 연세대학교 교수는 이러한 증발산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하이드로코리아(Hydro Korea)’라는 연구팀을 꾸렸다.
김 교수는 “수자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확한 측정이 수반돼야함에도 불구하고 수자원 순환에 대한 실측 연구가 많지 않고 강수량 측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하이드로코리아 프로젝트는 자연 생태계와 대기의 상호작용 중 물과 관련한 부분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숲에 공기분석기와 3차원 풍속계를 단 높은 탑을 세운 후, 증발산된 공기를 싣고 오는 바람을 이용해 증발산 양을 측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현재 광릉과 해남에 이 증발산 측정 탑이 설치돼 있다. 바람이 여러 방향에서 불어오기 때문에 비록 한 지점에서 관측한다고 해도 넓고 다양한 지역을 대표할 수 있다.
그는 “생태계를 충분히 담은 바람은 수자원 실측을 위한 자연상태 그대로의 훌륭한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람에 남은 물의 ‘발자국’을 추적하는 셈이다.
이러한 물의 발자국은 수식 계산을 통해 시간당 일정 면적에서 얼마나 많은 증발산이 일어나는지 유추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을 한반도 전역에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방법이 있다. IT와 융합이다. 김 교수는 “지리정보시스템과 컴퓨터 모형을 함께 사용하는 생태수문 모델링, 인공위성 영상 자료 등을 비교 분석해 ‘국가 물 순환 지도’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측정 결과 맑은 여름날 광릉 숲은 하루에 최대 4㎜의 물을 대기로 방출하는데, 이것은 1㎡의 면적 당 1 리터짜리 생수 4병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겨울에는 1리터짜리 생수의 반병보다 적은 하루 0.5㎜이하의 증발산을 보이고 있어서, 현재까지 추정된 광릉산림의 연간 총 증발산량은 대략 400㎜ 정도다. 자료를 종합해보면 연간 수량의 약 3분의 1은 증발산에 의해 대기로 돌아가고, 유출이 나머지 3분의 2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보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꾸준히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 말했다.
하이드로코리아 프로젝트는 리더급 연구자만 40여명이 모인 대규모 프로젝트다. 김 교수는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이 끝나고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면 사재를 털어서라도 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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