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과학기술, 경계인(境界人)의 활약을 주목하자

[월요논단]과학기술, 경계인(境界人)의 활약을 주목하자

 21세기에 접어들어 인구 증대, 식량 결핍, 에너지 고갈, 물 부족, 질병 창궐의 5가지 대과제가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다. 인류적 과업은 한 가지 전문시각만 가지고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다차원 방정식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첨단과학기술지식에 기본을 두고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등에 걸친 다원적이고 복합적인 접근이 필수다. 산업분야도 마찬가지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컴퓨터, 철강, 원자력 등도 이제는 정보통신기술(IT),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및 물리화학생물학적 기초과학과 디자인기술(DT) 등을 접목하지 않으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융·복합시대로 진입했다.

 논어 위정편 12장에 ‘군자는 불기(不器)’라는 말씀이 있다. 그릇처럼 국한되지 않으며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할 수 있게 두루 갖추어진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창의·창조·통섭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전문영역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시너지를 이루어내는 통합적 능력과 유연한 사고를 구비한 인재, 즉 경계인이 요구되고 있다. 물리적인 경계는 물론이고 사회적인 경계도 과감하게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하며 INBD 간의 경계, 사람과 사람간의 경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경계는 물론이고 도시와 지역 간, 선진국과 후발국간, 학문과 학문, 언어 및 성별간 등 다양한 경계의 중간지대를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바라건대 21세기에는 과학기술분야의 전문적 역량을 기반을 하되 과학 만에 머무르지 않고 인문사회 및 경제경영 지식과 경험을 체화하면서 국제화된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최근 들어 대학계가 융복합 교육체계를 대폭강화하고 있음을 환영한다. 전문과학 영역 간 연계는 물론이고 경영과 기술, 금융과 공학, 디자인과 과학전시, 문화와 정보통신, 인문학과 첨단기술, 국제융합시스템 등 컨버전스 학과가 출현하고 있다. 미국 과학연구재단은 1992년에 이미 융복합 프로그램을 설치하였으며, 일본 문부과학성도 2005년부터 지원을 시작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미래성장 동력 창출의 원동력을 마련하고 글로벌협력의 획기적인 발원역할을 감당하는 과학기술 경계인이 전체 연구개발 인력의 3분의1인 10만명 규모로 양성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이 우수한 글로벌 과학기술인재와 기술기업인이 우리나라에 몰리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되겠다. 아직은 값싼 노동력 사용이 90% 이상인 기술인력 유입구조가 변화되어야 한다. 캐나다, 독일, 프랑스, 영국, 호주 등의 프리랜서제도, 연구개발사업 개방, 우수유학생 유치, 특수기술인력의 그린카드정책도 눈여겨볼 점이다. 이를 위해 영역 간 전문인력의 유동화를 촉진하고, 국제적 차원에서 브레인게인(Brain Gain)이 이루어지는 지식자유구역(Knowledge Free Zone)을 구축하는 법제도적 체제의 마련을 제언한다.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페이스북 창시자 26세 청년 주커버그를 선정했다. 회사의 가치가 58조원에 이르고 있는 페이스북은 전 세계 6억명의 경계를 잇는 착상으로 대성공을 이룬 사례이다. 중국의 후진타오주석, 영국의 대처 수상, 독일의 메르켈 수상, 일본의 나오토 총리 등은 이공계 출신 정치 지도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인 노벨과학상 수상자 15명 중 상당수는 미국, 유럽 등의 과학기술자와 공동연구를 한 경계인들이다. 최근 미국대학 교수인 한국인 김필립 박사가 그래핀 연구의 선구적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공동수상의 기회를 놓친 것은 매우 아쉽다. 대한민국 출신 과학기술 경계인의 세계적 진출을 지원하는 일도 미래과제가 된다.

 조청원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 cwcho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