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급변 차단막 쌓는다…은행세 내년 하반기 도입 확정

고질적으로 되풀이되는 원화값 급변동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은행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거시건전성 부담금`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될 은행세는 금융회사들의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대해 기간에 따라 5~20bp(0.05~0.20%) 부과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중 입법 절차를 마치고 하반기부터 은행세를 적용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19일 이 같은 내용의 `거시건전성 부담금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우리 경제가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얻는 대신 다소간 외환시장 위축을 감수하는 일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부담금이 없을 때에 비해 국내로 달러가 유입되는 것을 줄여 달러값을 올리고 원화값을 하락시키는 쪽으로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단기적으론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국채수익률 상승 등 영향에다 연평도 사격훈련 재개에 따른 북한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환율을 크게 출렁이게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은행세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우리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대외 충격에 따른 원화값 급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원화는 대외 충격이 전해질 때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운영하는 태국은 물론 일본, 멕시코 등 주요 선진ㆍ신흥국에 비해 변동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물론이고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쌓은 올해 들어서도 반복됐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되자 원화 변동성(전일 대비 환율 변동률 기준)이 4월 0.41%에서 5월 1.39%로 순식간에 3배 이상 확대된 것. 이에 정부는 6월 선물환 포지션 규제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1차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정부는 은행세가 도입되면 과도한 해외차입이 억제되고, 장기차입 비중이 늘아남에 따라 원화 변동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쌓아둔 재원은 금융위기가 재발할 경우 외화 유동성 공급용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기 직후)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속에서도 원화값이 급락한 적이 있었던 만큼 은행세가 거시건전성을 높이는 데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은행세율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책 카드로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차관은 "은행세율을 확정하기보다 최고 세율을 넉넉하게 정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세 도입 결정은 지난달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분수령이 됐다. 신흥국들이 과도한 자본유출입에 대응해 거시건전성 제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번 은행세 도입 방침으로 외화차입 비중이 높은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이 국내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부담을 안게 됐다. 이에 따라 외은지점들이 부담금을 조선업체 등 수출기업에 전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경제 정혁훈 기자/박용범 기자/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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