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바람 분 석유 · 가스 · 전력 분야

이원철 대한석유협회 상무
이원철 대한석유협회 상무

 석유와 가스·전력으로 3분되는 국내 에너지 시장에도 어김없이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요구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따라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현재의 문명을 가능하게 한 것이 에너지지만 작금의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 원인도 에너지라는 게 이유다.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선포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첫 해와 달리 올해는 석유와 가스·전력으로 구분되는 에너지 업계의 자구 노력이 가시화 됐고 정부 정책도 차츰 모습을 갖춰갔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올 한해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다. 기존 에너지 믹스에서 주축을 이뤘던 석유 대신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중장기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지만 친환경적 연료라는 장점 덕에 에너지 전환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석유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줄어드는 건 아니다. 상대적 비중만 감소할 뿐이다. 왜곡돼 있던 에너지 요금도 제자리를 찾아주기로 했다. 정부는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을 원가에 연동해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어느 정도 제한은 두지만 에너지 사용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원자력의 재발견=올해 가장 큰 수혜주는 원자력이라 할 수 있다. 2009년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부터 원전을 수주하면서 원자력은 혐오시설에서 국가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했다. 정부는 지경부 내 원전수출진흥과를 신설하고 한국전력도 해외사업을 전담하는 부사장을 별도로 두고 한국수력원자력과 별도 조직을 구성, 공동 협력체제를 갖췄다.  UAE원전 수주 이후 주목을 받았던 터키와의 협상이 결렬되고 리투아니아 원전 입찰이 취소됐지만 여전히 동유럽과 아르헨티나·멕시코 등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다. 게다가 최근 열린 ‘국가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정부가 2024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14기를 신설할 계획을 발표, 원전 확대 가능성은 여전하다. ◇전력시장의 변화=한전이 원자력에 집중하는 사이 기존 국내 전력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약화됐다. 정부가 전력시장 구조개편이라는 취지 하에 한전의 발전자회사를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는 한전에게 전력시장 기능을 부여하고 해외 원전 사업에 전력토록 기능과 권한을 재편했다.  게다가 스마트그리드의 등장은 기존 한전의 판매시장 독점 체제에 다수의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소비자가 전력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정유업계의 변신=사실 가장 큰 불똥을 맞은 건 정유업계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석유를 정제해 파는 기업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내수용은 유류세로 인해 마진율도 낮다. 그만큼 정유업계의 노력은 눈물겹다. 업계 1위인 SK에너지는 지난달 경영효율화를 위해 정유와 화학부문을 새해부터 자회사로 분리하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해 분사한 SK루브리컨츠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분사 이후 경영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10월부터 제3중질유분해탈황시설을 가동하면서 하루 처리 능력이 총 21만5000배럴로 고도화 비율과 규모 면에서 선두에 올라섰다. 지난 2008년부터 석유화학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총 2조6000억 원을 투자한 결과다. 에쓰오일은 지난 10여 년간 높은 고도화설비 비중으로 업계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다. 이를 유지키 위해 고도화설비 대신 연산 90만톤의 파라자일렌 공장 증설에 투자, 완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8월 10여 년 만에 현대중공업을 새 주인으로 맞고 신사업 발굴을 위한 경영기획팀을 신설하는 등 영업 위주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현재 건설 중인 고도화설비가 새해 상반기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갈 경우 고도화비율에서 선두를 달리게 된다. ◇도시가스, 수요 확보 위해 사업 다각화=도시가스 업계는 성장세가 둔화된 수요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 난방기기의 급증과 지역난방 확대 등 대체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건 집단에너지 사업이다. 경쟁관계에서 신규 수요처로 탈바꿈한 것이다. 국내 최대 도시가스 기업인 삼천리는 직접 집단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7월 광명역세권 및 소하·신촌지구 내 약 1만6000 세대 공동주택과 업무용 건물에 지역 냉난방용 열 공급을 개시했다. 대구도시가스는 대구 죽곡 1,2 지구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며 SK E&S도 올 초 부산 명지 지구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가스냉방기기와 연료전지도 천연가스를 사용한다는 데서 새로운 사업 진출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기기 제조업체와 업무 협약을 맺고 보급사업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미니 인터뷰-이원철 대한석유협회 상무 “정유업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클린디젤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이원철 대한석유협회 상무는 클린디젤을 기후변화대응에 있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았다. 이 상무는 “클린디젤은 휘발유에 비해 연비가 30% 우수하고 LPG에 비해서는 60% 가량 좋다”며 “국내 생산량도 충분해 전체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클린디젤의 활성화를 위해 정유업계는 석유협회를 중심으로 클린디젤하이브리드 버스를 개발, 지난 15일 첫 공개하기도 했다. 또 경유 택시 도입을 위한 법안도 추진하기도 했다. 이 상무는 “클린디젤은 화석연료지만 연비와 친환경을 모두 해결해 그린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며 “클린디젤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업계가 함께 노력해온 결과”라고 밝혔다. ◆미니 인터뷰-김진덕 한국도시가스협회 상무 “산업환경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게 협회의 주요 임무죠.” 김진덕 한국도시가스협회 상무는 올 한해를 도시가스의 신수요를 발굴하는데 주력했다. 여름철 전력피크 분산과 천연가스 수요패턴 개선이라는 카드를 들고 가스냉방에 대한 정부 지원금과 내년도 예산 확보, 공공기관 가스냉방 설치 의무화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또 도시가스의 안정적 공급에 필수적인 지역 정압기에 대한 이전 및 철거 민원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자체가 도시가스 소외지역에 공급설비를 설치할 경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근거를 마련하는데도 한몫했다. 김 상무는 “도시가스 업계에게 필요한 건 도시가스를 이용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라며 “협회는 이를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김진덕 한국도시가스협회 상무
김진덕 한국도시가스협회 상무
지난 10월 상업운전에 들어간 GS칼텍스의 중질유분해시설 전경.
지난 10월 상업운전에 들어간 GS칼텍스의 중질유분해시설 전경.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 전경.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 전경.
가스공사 평택기지에 접안한 LNG 수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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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3호기 원자로 설치 기념행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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