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녹색성장의 법적 기반과 인프라가 탄탄히 구축된 한 해였다.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통해 녹색성장 정책의 기본원칙을 정하고 △녹색기술·녹색산업에 대한 지원 △기후변화 대응 및 온실가스 목표관리 △녹색생활 및 지속가능 발전 등의 큰 틀을 확정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미국·호주·일본 등 선진국보다 한발 앞서 법을 시행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아울러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를 구축해 체계적인 온실가스 인벤토리 관리에 들어갔으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통해 우리의 녹색성장 정책을 전 세계로 전파하고 나섰다.
특히 정부는 지난달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법을 입법예고함으로써 다시 한 번 녹색성장에 대한 굳은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 녹색성장 실행단계로 전환=지난 4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발효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기존 ‘계획단계’에서 ‘실행단계’로 전환됐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은 저탄소 녹색성장 5개년계획 수립 근거를 명시하는 등 녹색성장 관련 조직 운영과 국가전략 이행의 안정성 및 계속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또 기업의 기술 및 사업에 대한 녹색인증제를 도입하는 한편 이들에 집중 투자하는 녹색산업투자회사 지정요건을 마련하고 이 투자회사에 정부 출자를 가능하게 했으며, 녹색제품의 공공기관 구매 촉진 등을 통해 녹색투자 확대 및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도록 했다.
아울러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에너지 요금체계를 원가주의로 전환하고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주택에 취득·등록세 감면을 추진하는 등 환경 친화적인 세제 개편도 가속화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녹색법은 국가 온실가스 관리체계를 마련해 중기 감축목표 이행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총괄 관리부처인 환경부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를 신설하고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측정·관리체계) 구축 및 부문별(12개)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지원하고 있다.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녹색인증제 가동=녹색법 시행과 동시에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와 녹색인증제가 가동됐다.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 목표를 부과하고 이의 실적을 점검·관리하는 제도다. 정부는 시행 첫해인 올해는 배출량을 정확히 파악해 관리업체를 지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업체는 470개가 지정됐으며, 부문별로는 산업·발전 374개, 건물·교통 46개, 농업·축산 27개, 폐기물 23개 업체가 지정됐다.
녹색산업에 민간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녹색인증제는 인증받은 녹색분야 유망기술과 사업에 자금지원은 물론이고 수출, 마케팅 등의 지원이 이뤄진다. 녹색인증제는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일환으로 녹색기술·사업과 관련된 지원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각계 전문가의 꼼꼼한 인증 절차를 거쳐 유명 녹색기술 및 녹색사업, 녹색전문기업을 명확히 제시해 적격한 투자대상을 제시함으로써 녹색 금융 투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녹색기술인증 건수는 시행 5개월 만에 누적 100건을 돌파하는 등 기업의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법 제정 두고 정부와 산업계 갈등=정부의 녹색성장 추진 의지는 녹색성장기본법 제정과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시행에서 그치지 않았다.
가장 비용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이행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기 위해 관련 법 제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2013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 추진에 산업계가 일제히 “이중규제이자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 5단체와 한국철강협회·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등 13개 업종별 단체는 국무총리실과 녹색성장위원회에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실시를 늦추어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산업계는 “기업들은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에 발맞춰 온실가스 배출량 30% 감축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배출권거래제를 2013년부터 실시하겠다는 것은 이중으로 옥죄는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계가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정부는 올해 안에 배출권거래제법을 국회에 상정하겠다던 목표를 새해로 연기했다.
◆미니인터뷰
우기종 녹색성장위원회 녹색성장기획단장
우기종 녹색성장위원회 녹색성장기획단장은 올해를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정과 녹색인증제 시행,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 도입,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및 온실가스정보센터 구축 등 녹색성장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진 한 해”로 평가했다.
우 단장은 “무엇보다 우리 산업계가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추진에 화답하듯 2차전지·태양광·풍력·전기차 등의 녹색산업 분야에 대거 투자하며 동참해 녹색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제적으로도 UN기후변화 당사국회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선진개도국으로서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며 녹색성장 리더십을 발휘한 것도 올해의 성과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아쉬운 점으로는 녹색성장이 보다 국민들의 생활에 파고 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 단장은 “새해에는 잘 갖춰진 녹색성장 인프라를 바탕으로 녹색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시키고, 국민에게는 ‘녹색은 생활’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더 이상 필요 없을 정도로 녹색생활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류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녹색인증사무국장
김류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녹색인증사무국장은 “녹색인증사업 원년이라 기대만큼 붐이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며 “녹색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들에 대해 기업의 준비가 다소 부족했고, 새롭게 생긴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했다”고 평가했다.
김 사무국장은 “올 한 해 녹색인증을 부여하는 정부와 이를 받는 기업 모두 이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공부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새해에는 녹색인증의 범위를 현재의 기술에서 ‘제품’까지 확대해 인증이 기업들의 영업활동 등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녹색인증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금융권에서 녹색산업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녹색산업 형성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가 해소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선뜻 투자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담보된 것만 투자하려는 금융권의 자세는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사무국장은 “금융권에서 녹색인증을 참고하는 것과 더불어 녹색산업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가능할 수 있도록 준비해 적극적인 투자처 발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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