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G20 정상회의 때만 하더라도 금방 탄력을 받을 듯했던 국내 스마트그리드산업이 힘 빠진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업계도 명확한 새해 계획을 잡지 못한 채 불확실성에 갇혔다.
20일 관련 업계 및 정부 등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그리드업계는 해를 넘기게 된 지능형전력망 촉진법(스마트그리드법), 내수 진작 및 수출산업화에 대한 정부 후속대책 미흡에 거점지구 선정까지 기한 없이 지연되면서 향후 계획 수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G20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열린 제1회 코리아 스마트그리드위크(KSGW) 때만 하더라도 관련 후속 일정이 잡히면서 투자와 시장기회가 활짝 열릴 것이라 여겼던 기대감도 점점 퇴색되고 있다.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던 초반 동력을 잃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대외에 보여주기 성격이 큰 KSGW 행사에 우선 초점을 맞추다 보니, 오히려 중요한 제주실증단지 2차 사업 추진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증단지 스마트플레이스 분야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업체는 상당수 인력이 그간 홍보관 사업에 집중됐으며, 사업 변경 부분에 대한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은 사례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업체 관계자는 “KSGW 행사가 끝난 최근에 들어서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생각에 관계 업체들과 서둘러 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점지구 선정이 상당기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당초 업계는 새해 초부턴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로서는 적어도 1년은 더 기다려야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액센츄어가 수행하고 있는 관련 연구용역에 대한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새해 예산안이 여당 단독 처리로 급랭된 정국에서 지능형전력망 촉진법 제정이 해를 넘기는 것은 물론이고 상당기간 발효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기업에는 사업 걸림돌로 작용한다.
기업들은 국내 스마트그리드 사업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으로 활로를 찾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은 국내 스마트그리드 사업 환경의 조기 정착이 어렵다고 판단해 초기 사업 역량을 미국·중국 등 해외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대기업들이 국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단독으로 사업 수행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현재로서는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당분간은 기술개발과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내년 5월에 종료되는 2차연도 실증사업 이후의 비전이 안 나온다는 것이 특히 답답한 점”이라며 “내수는 물론이고 외국 진출을 위한 비전도 안 보여 여러 업체들이 목표가 흔들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스마트그리드는 산업 기반으로든 기술적으로든 시간을 요하는 문제”라며 “스마트그리드 육성이라는 정해진 방향에 대해선 정책을 흔들림 없이 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