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 활성화의 원년이 밝았다.”
인터넷 확산에 이은 제2의 인프라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시대를 활짝 열기 위해 대한민국이 달리고 있다.
선진 각국은 대한민국을 스마트그리드 선도국으로 인정했고, 스마트그리드 전면화 시대를 앞당길 모델국으로 평가했다. 똑똑한 전력망, 양방향 ‘전기+통신’ 네트워크인 스마트그리드가 새해 우리 생활을 가장 크게 바꿀 변화 요인으로 떠올랐다.
현재 제주도에서 실증단지가 운영 중이지만, 올해 안에 전국에 거점지구가 지정돼 스마트그리드 전면 시행의 첫 단추를 꿰게 된다.
지금까지는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소에서부터 전기 사용자 가정까지 단방향으로 전기를 전달하고, 사용자가 전기를 쓰면 그만큼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스마트그리드 시대엔 전기에 데이터통신이 결합됨으로써, 수요와 공급 정보를 주고받고 사용자가 선택적으로 전기를 쓰거나 단절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가정 내 전력 소비는 물론이고 가전제품 사용, 사무실 운영, 전기자동차 작동까지 일대 변혁이 몰려오게 된다.
또 태양광·풍력발전기 등으로 누구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되고, 쓰고 남은 전기는 전력 수요가 많은 곳에 팔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지금의 정부 독점 구조인 전력 판매와 거래시장에도 민간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건물마다 전력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기술(IT) 응용 솔루션과 단말이 설치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은 줄이면서도 질 좋은 전기를 서비스 받을 수 있게 된다.
스마트그리드는 100년 이상 낡은 전력산업의 밑바탕을 바꾸는 사업이다. 범 지구적 과제인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전력산업 재편 방향이기도 하다. 그만큼 한발 앞서 실용화와 전면 활용에 들어선다면 더없이 큰 시장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변화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송배전 자동화로 손실률이 4% 미만이고 가구당 정전시간도 연간 16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확정 발표된 온실가스 감축목표(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0%의 탄소 배출량 감축)를 달성하려면 스마트그리드 인프라 구축과 활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의 1.6배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전력시장의 전면 개편과 스마트그리드 도입 없이는 이를 타개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일단 우리나라는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중심으로 실제로 생활하는 6000가구에 대한 스마트그리드 사용을 검증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올해 2차연도 사업과 함께, 전국에 거점지구를 선정해 확대할 예정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산업의 변화면서 생활의 변화를 의미한다. 실시간 요금제를 통해 전기 사용과 절전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지능형 가전의 확대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정의 전력 사용량을 파악·발전·재판매하는 게 가능해진다.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로 발전된 전기가 기존 전력계통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하고, 그 품질까지 보장돼야 한다.
거리에는 휘발유차나 경유차가 아닌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가 늘어나게 되고, 실제 2차 에너지의 비중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게 된다.
김재섭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장은 “전력망과 IT가 결합된 스마트그리드는 현 세대를 가장 크게 바꿀 변화 요인 가운데 하나”라며 “스마트그리드가 전면화하는 시기에 있는 만큼 새해는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