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기자의 책 다시보기]하리하라 시리즈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등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등

첫 만남은 2004년 7월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신화에서 발견한 36가지 생물학 이야기(궁리, 2002년 7월 1판 1쇄)’였다. 그해 2월 정부과천청사 옛 과학기술부 출입을 시작하자마자 황우석의 ‘인간복제배아 줄기세포’ 관련 논문이 발표돼 ‘이게 도대체 무엇인지’ 몰라 당황했을 때다. 세계적인 연구 성과인 줄로 여겼던 ‘인간복제배아 줄기세포’가 난자 핵에서 일어난 처녀생식에 따른 돌연변이인 것으로 밝혀진 바로 그 조작된 논문이 한창 주목받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기자는 생명기술(BT)이 한국의 미래를 밝힐 먹을거리로 떠올랐던 터라 ‘그게 도대체 무엇인지’ 빨리 살펴봐야 했다. 급하게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를 삼켰다. 삼킨 기억 너머로부터 어렴풋이 되살아난 이 책의 첫인상은 ‘생물학 교양 쌓기에 걸맞을 책’이었다. 조금 미안한데, 인터넷과 책 등을 뒤적뒤적하면 누구라도 쓸 만한 책‘쯤’으로 여겼다.

 두 번째 만남은 2005년 9월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현대과학의 양면성, 그 뜨거운 10가지 이슈(살림)’였다. 1년여 만이었는데 조금 달랐다. ‘양면성’이 화두로 등장해서다. “자기가 재미있어 하는 과학을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얘기해주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지은이가 ‘흥미와 포장’뿐만 아니라 ‘옳고 그름을 가리어 판단할 근거’까지 제공하려는 뜻이 엿보여 기꺼웠다. 예를 들자면,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의 생체 농축현상이 극심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집단이 ‘엄마 젖을 빠는 아기들’이라는 데(133쪽) 지은이의 시선이 꽂혀 기뻤다. 기쁨은 “우리가 자연의 균형을 생각하지 않고 파헤쳐서 우리에게 이로운 것만 꺼내면, 반대급부는 생태계를 돌고 돌아 결국 인간의 뒤통수를 치게 된다(135쪽)”는 그의 충고로 이어졌다.

 세 번째 만남은 2010년 1월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지루한 과학에서 신나게 탈출하기 프로젝트 제1탄(살림프렌즈)’였다. 비판에 조금 더 힘이 실렸다. 기꺼운 마음도 조금 더 두둑해졌다. 포경 수술을 하다가 성기를 잘린 남자아이를 여성으로 키우라고 권유한 과학기술의 오만이 한 사람을 얼마나 크게 흔들어 놓았던지…(236쪽). 공포였다. 그 공포는 인류에게 과학의 주변을 겸허히 돌이켜 볼 것을 요구한다.

 “과학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과정을 거쳐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도록 판단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점은 분명”하지만 “과학적 지식들은 결코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고, 과학적 방법이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 혹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제시해줄 뿐(240쪽)”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마이클 셔머와 같은 과학사학자가 더 필요한 이유다. 누구나 셔머처럼 ‘비과학이 과학의 탈을 쓰고 사람들을 속이는 것을 경계(264쪽)’하자.

 다시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며칠 전 6년 6개월여나 쌓인 먼지를 스윽 쓸어냈다. 놀랍게도 지은이의 화두는 처음부터 ‘죽음’이었다. ‘생명’ 말이다. 첫 만남에서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그 화두가 왜 이제야 돋우고 뛰어나오는 것인가.

 하리하라(지은이의 필명)는 “과학은 소를 닮을 것, 느리지만 꾸준히 그리고 앞을 향해서 나아갈 것(309쪽)”을 충고했다. 애초 두둑했던 거다. 바라건대 더욱 두둑이!

 이은희 지음. 궁리 등 펴냄.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