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가 이달 들어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를 제외한 나머지 IT 대형주를 대거 팔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이외의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중추적인 기관투자자 역할을 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LG전자를 762억원, 삼성전자를 197억원을 사들여 각각 순매수 상위 종목 4위,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종목의 이달 수익률도 13.68%(삼성전자)와 12.62%(LG전자)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LG디스플레이[034220]는 1천520억원을 팔았고, 삼성테크윈[012450]은 1천252억원, 삼성SDI[006400]는 844억원, 삼성전기[009150]는 829억원, 하이닉스는 673억원 어치를 각각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수익률은 낮게는 -6.45%(삼성테크윈), 높더라도 2.11%(삼성SDI) 정도였다.
이는 운용사들이 지난달 삼성전자(1천694억원), LG전자(927억원)이외에도 하이닉스(1천285억원), 삼성SDI(927억원), LG디스플레이(470억원), 삼성전기(149억원) 등 IT대형주를 고르게 담은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삼성전자ㆍLG전자 다른 IT주와 달라"=삼성전자, LG전자에 대한 집중 매수세를 IT업종 전반에 대한 `청신호`로 해석해야 할지, 차별된 개별 종목의 흐름으로 이해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다. 대체로는 후자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LG전자는 IT업종 중에서도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데, 시장 수익률 이상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운용사로서는 그간 포트폴리오에서 많이 덜어냈던 삼성전자, LG전자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게 한가지 설명이다.
백재열 한국투자운용 주식운용본부1팀장은 "삼성전자가 시총의 11% 정도, LG전자가 1% 이상을 차지하는 데 펀드 환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정된 자금으로 이들 종목을 더 사려다 보니 그만큼 다른 IT업종을 팔게 되는 전술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우월한 경쟁력이다. 구희진 대신증권 센터장은 "삼성전자, LG전자는 기본적으로 사업군이 다양하고, 기존의 판매 네트워크가 잘 이뤄져 있기 때문에 수출경쟁력이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있고, LG전자는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펀드 환매 감소ㆍ미국 경제회복이 관건=전문가들은 당분간 삼성전자, LG전자 위주의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감소, 미국경제지표 회복 추이 등에 따라 다른 IT주로도 매수세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2조원 가량의 자금이 순유출되면서 내년 초 IT업종 전망이 좋더라도 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종목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 팀장은 "더 살 수 있느냐가 문제인데 운용사별로 사정은 좀 다르지만, 펀드환매가 어느 정도 일단락 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펀드환매가 계속되더라도 기관투자자가 전략적으로 다른 IT주로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시점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준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순환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제 계속 올랐던 종목 말고 소외된 종목을 전략적으로 실어야는 상황이 왔다"며 "그런 의미에서 다른 IT종목으로도 매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한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최근 삼성전자의 강세는 최근 미국 등 선진국 경기 회복이 기대보다 빨라지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다"며 "선진국 경기 회복이 본격화된다면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으로도 매기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