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꿈의 건강관리 서비스인 u헬스 서비스가 새해에는 개화할까. u헬스는 건강관리·질병치료 등 보건산업에 IT를 접목한 개념으로 그간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의료법이 원격진료를 불허하는 등 제도가 미비해 ‘장밋빛 전망’만 난무했다.
유의미한 시장으로 발전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의료법은 여전히 계류 중이지만 의료계 내에서도 원격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정부는 공세적으로 관련 산업 육성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최근 주요 전문업체들이 의료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스마트단말과 결합한 ‘홈&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주요 대기업은 사업부를 신설하고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밝히는 등 u헬스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요동치는 u헬스 시장=삼성전자는 헬스케어 사업부문을 공세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헬스케어 등 신수종 사업에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올 4월 엑스레이 장비업체인 레이 지분 68.1%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국내 1위 헬스케어 업체인 메디슨을 전격 인수했다.
지난 6월에는 중소 병원용 혈액검사기를 출시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안마의자·정수기·이온수기 등 헬스가전을 중심으로 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헬스케어 사업실을 사업팀으로 승격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도 국내 주요 대학병원등과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경북대병원과 모바일 오피스 및 u병원(U-Hospital) 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8월에는 첨단종합병원, 고려대병원, 충남대병원 등과 잇따라 협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 모바일의료 정보시스템(mSMIS)을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개선하고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를 활용한 병원 업무 혁신, 스마트폰 앱 공동 개발, 개방형 무선랜 구축 등도 추진하고 있다.
병원도 적극적이다. 가톨릭대병원 가톨릭U헬스사업단은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진료는 물론 건강관리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스마트 케어서비스를 제공해 향후 글로벌 u헬스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의료원은 환자들에게 원격진료 서비스를 실시해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교수가 관리해줄 수 있는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u헬스 시장의 규모는 올해 약 1조7000억원 수진이며 연평균 12.5%가량 성장해 오는 2014년에는 3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BBC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u헬스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1431억달러 규모였으며, 연평균 15% 가량 성장할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최근 u헬스 세계 시장 규모가 오는 2015년 34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모바일 u헬스 시장 본격화= 스마트폰, 스마트패드등 스마트 단말과 u헬스를 결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패드의 경우 스마트폰에 비해 인치수가 커 모바일 전자차트(EMR)용 단말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삼성의료원에 갤럭시탭을 활용한 모바일 병원 솔루션 ‘닥터 스마트’를 공급했다. 헬스케어 업체들도 이를 겨냥해 전자차트(EMR),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등을 스마트패드용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하고 있다. 인피니트헬스케어는 이동하면서도 볼 수 있는 PACS를 개발해, 식약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외정보기술은 스마트패드용 EMR를 개발해 단말 제조사들과 협력을 논의 중이다.
의료진은 약물투여현황, 식이요법 현황, 환자·직원 정보, 생체신호 측정 결과, 엑스레이·CT영상 판독결과 등 종합적인 환자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이노피엔티는 아이폰 OS를 기반으로 한 아이패드용 EMR솔루션을 개발한데 이어 안드로이드용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이에 맞춰 정부는 모바일 기반 의료용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의 성능 평가 인증을 만들어 정식 유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정청은 올해 ‘신기술 u헬스 디바이스(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성능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혈당측정센서나,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의료영상정보(PACS) 솔루션 등이 의료기기로 인정받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을 규정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스마트폰을 접목한 u헬스 디바이스의 개인 식별 기능에 대한 성능 평가 △스마트폰 장치의 헬스케어 기능 성능평가 기술 등이 개발된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심전도·심박수 등을 측정한 결과가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술과 스마트폰 등 응용 단말기가 정보보안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체계도 마련된다.
안시훈 비트컴퓨터 유헬스사업부 팀장은 “우리나라 홈 헬스케어는 2004년 이후 전국적인 u시티 건설 붐과 맞물려 아파트의 홈 네트워크와 연계된 건강 관리서비스가 구축됐지만 서비스에 대한 이해 부족, 법적인 서비스 범위 제한, 수익모델 부재 등으로 활성화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 홈&모바일 헬스케어가 등장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계돼 보다 풍부하고 편리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이 본격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법 개정은 여전히 시급=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임시국회에 의료 취약 계층에 원격진료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지난해에는 국회 차원의 논의가 사실상 전무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에는 수차례 시범사업을 통해 안정성을 확인한 만큼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다만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안정성 문제를 검증하지 않았고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개정안은 재진환자로서 의료취약 거주자, 교도소 등 의료기관 이용 제한자 446만명을 대상으로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의사간 협업진료만 가능하다. 복지부는 2003년부터 법무부, 국방부, 지자체 등을 통해 8개 시범사업을 수행하며 안정성을 거듭 확인한 바 있다. 24개 보건의료기관, 90명의 의료진이 참여해 163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3만7271건을 서비스했다. 보건복지부가 2008년 12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인과 환자 중 서비스 수준에 대해 보통 이상으로 만족한다는 응답이 평균 99.5%로 나타나기도 했다. 원격진료 서비스가 기존 대면진료에 비해 교통비와 기회비용 등도 평균 7만9000원 가량 절감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u헬스 시장에 뛰어든 중소업계는 올해 의료법 통과여부에 따라 사업을 이어갈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만큼 상황이 절박하다.
u헬스업체 한 임원은 “이미 선진국에는 보편화된 u헬스 서비스를 유독 한국에서만 의사들의 이권에 막혀 못해온 실정”이라며 “전면 실시가 아닌 취약계층마저 원격진료를 막으면 취약계층의 의료서비스는 그만큼 퇴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