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또 하나의 ‘미디어 공룡’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최대 케이블TV업체 ‘컴캐스트’와 3대 지상파방송 ‘NBC유니버설’의 합병승인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케이블이 지상파방송을 소유하게 되면서 방송·통신·인터넷을 모두 거느린 ‘미디어 공룡’이 시장 전면에 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시장 재편을 위해 종합편성채널 선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향후 최종 승인 여부 및 그 파장에 귀추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3일(현지시각) “율리우스 게나촙스키 미국 FCC 위원장이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설의 조건부 합병승인에 찬성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컴캐스트가 제너럴일렉트릭(GE)으로부터 NBC유니버설의 지분 51%를 137억50000만달러에 인수하자 FCC와 미국 법무부는 반독점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다만 게나촙스키 위원장은 컴캐스트가 경쟁 케이블업체나 TV방송에 NBC 프로그램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애플TV, 넷플릭스 등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공급하는 새로운 웹 플랫폼에도 프로그램을 동등하게 공급해야 한다.
두 업체의 합병승인 여부는 내년 초 FCC 위원 5명의 투표로 최종 결정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FCC 위원장의 발언은 새로운 미디어 ‘실세’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비드 코헨 컴캐스트 수석부사장은 “FCC 위원장 의견을 환영한다”면서 “합병이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와 공공 이익을 증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컴캐스트는 지난 11월 NBC의 새 대표를 임명, 진용을 갖추고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정식 합병승인을 받았다.
FCC와 법무부가 승인하면 TV·스마트폰·PC 등 다양한 기기를 장악하는 미디어 권력이 탄생하게 된다. 컴캐스트는 1670만명의 브로드밴드 가입자, 2300만명의 케이블TV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최고 케이블업체다. NBC유니버설은 CNBC와 MSNBC 채널, 다수의 케이블채널, 영화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다. 뉴스코퍼레이션, 월트디즈니 등 거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이 출현하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 빅뱅’의 세계적인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는 점에서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상파·케이블방송 등 단일 플랫폼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며 컨버전스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