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가 소문만 요란했나?` 올해 증시 최고 히트상품 중 하나인 자문형랩 수익률이 하반기 이후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뭉칫돈이 몰리던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부 랩 상품이 코스피보다 2~3배 웃도는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으나 하반기 들어서는 성적이 전반적으로 시장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다.
26일 매일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대우ㆍ삼성ㆍ우리투자ㆍ한국투자ㆍ현대증권 등 국내 대표 5개 증권사 자문형랩 운용실적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전체 상품 중 68%가 코스피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20일 현재 5개 증권사 자문형랩 상품 중 운용기간이 6개월 이상인 것은 모두 50개였다. 이들 상품 최근 6개월(6월 21일~12월 20일) 수익률은 평균 15.23%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8.36%에 못 미쳤고,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15.35%)과 엇비슷했다.
펀드를 환매하고 자문형랩으로 갈아탄 투자자가 많았지만 실제 수익률은 `오십보 백보`였다는 얘기다.
하반기에 부진했던 주된 이유는 하이닉스 제일모직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테크윈 등 이른바 `자문사 7공주` 몰락이 첫손가락으로 꼽힌다. 이들 중 기아차와 LG화학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은 하반기 들어 주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일례로 상반기 코스피 대비 42% 초과 수익을 냈던 삼성전기는 하반기 들어 19% 급락하면서 코스피에 비해서는 39%포인트나 뒤처졌다. 상반기 15.82% 수익을 냈던 삼성테크윈도 하반기엔 -25.17%로 뒷걸음질쳤다.
발 빠르게 종목을 제때 갈아타지 못한 자문사라면 고전하는 게 당연하다.
한 자문사 대표는 "상반기까지는 자문사 간판을 가리지 않고 돈이 몰린 데다 보유 종목도 7공주 중심으로 엇비슷해 차별화가 안 됐다"며 "하지만 하반기 업종별 순환매가 일면서 자문사 실력에 따라 편차가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주요 50개 랩 상품 가운데 최근 6개월 코스피 상승률을 웃돈 상품은 16개로 겨우 32%에 그쳤다. 현대증권 `레오자문형랩`이 42.7%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수익률 30%대가 3개, 20%대가 10개로 집계됐다.
반면 13개 상품은 수익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고, H자문사가 자문하는 상품은 수익률이 -1.7%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대증권은 6개월 이상 된 8개 상품 평균 수익률이 19.38%로 주요 5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레오투자자문(42.27%)과 토러스투자자문(37.29%)이 자문을 맡은 상품만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6개 상품은 코스피에 못 미쳤다.
자문사별 실력차가 현격해짐에 따라 꾸준한 수익률을 기록한 업체에 돈이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승 종목을 자체적으로 발굴할 능력이 있는 업체와 시장 분위기를 뒤늦게 따라가는 업체 간에 수익률 격차가 갈수록 커질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문형랩이 무조건 고수익 상품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 용어설명 >
자문형랩 : 랩 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의 하나로 증권사 은행 등이 투자자문사에서 종목 선정에 대한 자문을 받아 투자자 돈을 대신 굴려주는 상품을 말한다. 펀드와 달리 10~2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므로 `고위험ㆍ고수익형`으로 분류된다.
[매일경제 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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