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신년기획]스마트 세대가 온다

창의성과 속도 중시…N세대에 모바일 결합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분명하기 때문에 학위 따윈 필요 없다. 하버드대를 중퇴했다. 수업에 제대로 참석하지 못한 채 시험을 봐야할 상황이 오자 수업 자료 공유 사이트를 만들어 모든 학생들이 ‘윈윈’할 수 있는 선순환 모델을 창조해냈다. 교내 커뮤니티로 시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여러 학교로 전파시켜 여론을 주도한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창의성과 속도가 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로 올라선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의 이야기다. 타임 선정 2010년의 인물로 선정된 그는 전 세계 5억2000만명이 가입한 SNS 페이스북을 만들어내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마크 주커버그는 스마트세대의 새로운 ‘아이콘’이다. 스마트세대는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변화와 속도를 즐기며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N세대’의 특징에 ‘모바일’이라는 날개를 달아 보다 ‘똑똑해진’ 세대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각종 정보를 얻고 그것을 자신의 관점으로 재구성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이들에게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실시간성’을 더한 것이 핵심 키워드다.

 △기성세대의 삶을 거부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한다(자유) △상품과 서비스 등 모든 것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변형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기를 원한다.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발굴하고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커스터마이제이션, 혁신) △SNS 등 온라인 미디어를 통한 공동작업에 익숙하다(협업) △궁금한 사실에 대해 즉각적으로 정보를 구한다. 모바일 기기와 SNS를 통해 결과를 전파하면서 빠르게 여론을 형성한다(실시간성, 속도) △신념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스스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행동) 등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들에겐 국경과 시간의 장애가 없다.

 이전 ‘X세대’나 ‘Y세대’ 등과 같이 나이로 구분할 수 있는 세대가 아니다. 70대 노인이라도 스마트 기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SNS를 통해 여론에 참여하고 자유와 혁신 정신을 갖고 있다면 스마트세대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세대는 이런 특징과 역량을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을 선도한다. 이들은 2008년 미국 대선에서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온라인을 무대로 오바마를 지지하는 동영상을 올리고 온라인 모금을 주도함으로써 오바마를 당선시킨 주역이 됐다.

 또 2010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SNS는 선거의 승패 및 결과분석에 큰 영향을 미쳤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경쟁자보다 많은 페이스북 팬을 확보한 하원의원 후보의 74%. 상원의원 후보의 81%가 각각 당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누른 공화당은 페이스북·트위터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덕을 톡톡히 봤다.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정치 동영상 상위 10건을 공화당이 휩쓸었을 뿐 아니라 페이스북 등에서 끊임없는 지지운동을 해 선전했다.

 당선자 예측도 정확했다. 트위터는 네바다주에서 연방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벌인 샤론 앵글 공화당 후보와 해리 라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간 대결에서 승자를 정확히 예측해 정치 애널리스트들을 놀라게 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2008년 미국 총선 당시 페이스북 사용자는 지금의 20%에 불과했다”며 “폭발적으로 늘어난 SNS가 정치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요소가 됐다. 2012년 선거에서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에서도 SNS가 정치판을 바꿨다. 우당의 후안 마누엘 산토스 후보는 소셜 미디어와 웹2.0 기술을 전방위로 활용한 결과, 콜롬비아 역대 최고의 득표율인 70%를 기록하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스마트세대는 자신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소셜 쇼핑’으로 소비자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롯데마트의 저가형 치킨 ‘통큰 치킨’에 대한 논란 역시 스마트세대가 활용하는 미디어들을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는 오프라인 시장으로까지 확산돼 체인점 치킨 가격까지 내릴 태세다.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사회 스마트세대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소비자인 동시에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공급자”라며 “기업에서는 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세대에게는 주입식 교육이 적당치 않다. 이들은 이미 교과서 내용을 암기해 평가받는 것이 부질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필요한 정보와 되짚어야 할 기억은 스마트 기기 속에 다 있기 때문이다.

 이는 ‘디지털혁명의 미래’의 저자 고든 벨 마이크로소프트(MS) 수석과학자가 예견한 미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고든 벨은 디지털 기기와 저장장치를 통해 인생의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인류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미 MS에서 ‘마이라이프비츠(MyLifeBits)’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대화·상거래·문화유산·건강자료 등 모든 것을 저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에겐 저렴한 비용으로 구할 수 있는 충분한 저장공간이 있고 언제 어디서나 저장할 수 있는 카메라·스마트폰·GPS기술 등이 있다. 우리 과거를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는 ‘완전한 기억’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스마트세대는 이런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이런 완전한 기억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암기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부정확한 기억에 의존하기 보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각종 정보를 정리하고 나중에 이를 추출해 적재적소에 이용할 수 있다. 이들에게 종합적인 사고와 분석을 위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