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우리나라 경제에 가장 시급한 키워드 중 하나는 ‘스타트업(Stare-Up)’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스타트업 기업은 우리나라의 먹을거리를 창출해내는 이른바 미래를 책임질 업체들이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성장동력원을 상실하게 된다. 일자리도 줄어든다.
스타트업 기업을 성공시키기란 쉽지는 않다. 아이디어 하나만 들고 처음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부터 투자를 받고, 직원을 뽑는 것까지 간단한 건 없다. 많은 스타트업 기업가·예비 창업자들은 “앞서 성공한 선배들이나 전문가들의 조언이 가장 큰 교과서”라고 말한다. 훌륭하게 스타트업을 성공한 두 기업의 사례를 보자.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파악하라=영어회화 교육서비스 업체인 스픽케어(대표 심여린)는 2008년 7월 창업해 작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신생기업 답지 않게 체계적인 서비스와 탄탄한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 업체의 이름과 서비스의 내용을 알고 있다. 한마디로 성공적으로 스타트업한 기업이다.
스픽케어 창업 멤버인 이비호 부사장과 양회봉 이사는 서울대학교 학생 시절 이러닝 업체인 이투스를 창업해 SK커뮤니케이션즈와 합병시킨 스타트업 유경험자다. 이 부사장은 SK컴즈에서 전화영어 서비스인 ‘스피쿠스’ 개발을 맡은 경력도 있다. 양 이사는 KT에서 일했다. 또 심여린 스픽케어 대표는 CJ오쇼핑과 NHN에서 6년간 몸담으며 실무를 익혔다. 이들은 모두 서울대 벤처동아리 출신이다.
스픽케어의 서비스는 전화영어가 인터넷으로 옮겨온 듯하다. 월 14만원대 가격으로 매일 10분간 미국 현지인 강사와 인터넷 전화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막연한 영어회화가 아니라 기업 입사·승진에 필수적인 토익 스피킹과 오픽(OPIC) 시험에 초점을 맞췄다. 짧은 시간 공부해도 시험 성적을 잘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 부사장은 “먹으면 좋고 안 먹어도 그만인 ‘비타민(일반 영어회화)’에서 꼭 먹어야 하는 ‘진통제(영어시험)’로 변하는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고 말했다. 시장 수요자의 가려운 곳을 파악하고 파고들었다는 이야기다.
성공적인 스타트업 경험과 시장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스픽케어를 단시간 내 궤도에 올려놓는 데 유효하게 작용했다. 적극적으로 질 좋은 원어민 강사를 물색한 것도 스픽케어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였다. 심 대표는 “직접 미국으로 가서 원어민 강사센터와 교육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고 한국의 영어시험 문화와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강사를 모집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체계적인 준비과정을 통해 본엔젤스파트너스(대표 장병규)로부터 3억원의 엔젤투자를 받기도 했다.
심 대표는 “대기업에 다닐 때보다 업무량은 100배는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즐거움도 100배는 크다”고 말했다. 아직 30대 초반의 창업멤버들이 이끄는 스픽케어의 새해 목표 매출은 10억원. 이들은 “코스닥에 진출이나 큰 기업의 인수합병 모두 대환영”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스타트업=국내 최초 ‘소셜 댓글’ 서비스 기업인 시지온(대표 김범진)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유수기업 블로그, 언론사 홈페이지, 정치인 블로그를 포함해 110개 사이트에 소셜 댓글 솔루션 ‘라이브리(LiveRe)’를 제공하고 있다. 시지온은 ‘바람직한 댓글 문화’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시작된 스타트업 성공사례다.
정부가 탤런트 고 최진실 씨의 사건 이후 악플 문화의 대안으로 ‘제한적 실명제’를 내놨지만 효과는 크지 못했다. 반대급부적으로 댓글 문화의 축소를 가져왔을 뿐이다. 개별 사이트마다 회원가입을 통해 댓글을 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꽤나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김범진 시지온 대표는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댓글을 결합해 스팸으로 점철된 댓글 공간을 가치있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셜 댓글은 홈페이지나 블로그의 포스팅에 대해 댓글을 달 때, 해당 사이트의 계정을 이용하는 대신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 등의 계정을 이용해 댓글을 달 수 있도록 고안한 서비스 모델이다. 개별 사이트에 대한 회원가입이 필요없어 사용자의 편의성을 추구할 뿐 아니라 사이트 운영 측으로선 댓글이 달릴 때마다 자동적으로 마케팅이 된다.
2007년 처음 창업할 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김 대표와 함께 ‘연세리더스클럽’ 동료이자 창업멤버인 김미균 이사는 과외를 하며 모은 100만원으로 시지온을 처음 설립했다. 개발자가 필요해 장학금으로 인건비를 댔다. 이 종잣돈이 다 떨어져갈 즈음, 한 온라인 미디어에 처음으로 소셜 댓글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작년 7월이다.
여느 스타트업 기업답게, 마케팅은 철저히 몸으로 부딪혔다. 블로그를 활발히 운영하는 정치인을 무작정 찾아가고, 악플과 스팸 댓글로 고심할 듯한 기업이나 언론사에 반복해서 사업 제안을 했다. 직원을 잘못 뽑아 사기를 당하는 아픔도 겪었다. 그렇게 시작해 작년 말까지 바라보는 매출은 2억5000억원이다.
소셜 댓글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국내 2조원, 전 세계 8조원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사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시지온은 경쟁사와 차별되는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사용자 맞춤형 로그인 버튼 설정, 멀티 로그인(한 SNS에 댓글을 달기 위해 로그인하면 자동적으로 다른 SNS에도 로그인되는 서비스), 맞춤형 디자인 툴 제공, 댓글 관리 시스템 등이다. 사용자나 운영자 모두의 효율과 즐거움을 추구했다.
김 대표는 이제 20대 후반의 나이다. 그는 조심스레 “새해 목표는 매출 50억원”이라고 말했다. 개인 블로거에게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