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빅뱅은 산업과 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개인의 일상은 물론, 기업과 정부기관의 업무 프로세스를 확 바꿔놓을 뿐만 아니라 재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경제 흐름에도 일대 변환이 예상된다.
이 거대한 전환기는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스마트 사회의 대전제가 바로 정보기술(IT) 역량이기 때문이다. IT를 바탕으로 스마트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 바탕에서 스마트워크, 스마트비즈니스, 스마트정부를 구현한다면 궁극적으로 스마트사회의 목표인 국민들의 삶 자체가 스마트해지는 것이다.
스마트사회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것이 스마트시장이다. IT가 새로운 시장, 블루오션을 창출했듯이 스마트 혁명은 새로운 시장, 즉 ‘스마트 오션(Smart Ocean)’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 오션을 이끌어갈 주역들은 누가 될까.
스마트폰·스마트패드·스마트TV·스마트카·스마트카드·스마트그리드 등 IT를 접목할 수 있는 모든 제품과 시장이 그 잠재 주인공들이다.
스마트는 말그대로 똑똑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강력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는 고기능이라는 특장점에서 스마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스마트홈이나 스마트시티·스마트헬스 등은 단순히 고기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능적 측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동제어 능력이나 인공지능을 갖추고 사용자가 인식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제 역할을 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의 관점은 단순히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혁명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는 스마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권리, 즉 사용자들의 능동적 욕구와 움직임을 꿰뚫어봐야 한다.
현 시점에서 스마트 오션의 대표주자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를 다시 살펴보자. 여기서의 스마트는 단순히 기능성이나 자동성과는 접근 자체가 다르다. 스마트폰은 휴대폰이 음성통화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는 개념 설정 자체를 파괴했다. 휴대폰은 사용자와 가장 가까이서 늘상 함께 있는 것, 이 때문에 지성의 총합체가 될 수도 있고, 엔터테인먼트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구현됐다고 볼 수 있다.
또 공급자, 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들이 제공했던 틀 안에만 갇혀 있기를 거부했던 사용자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용자들은 앱스토어 같은 장터에서 자신이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게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를 직접 꾸민다. 즉, 직접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이 거대한 스마트 시장을 개척한 주역이 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수 많은 스마트 기기들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TV를 예로 들어보자. 기존에는 지상파방송사나 케이블TV 업체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의 권리라고 해봤자 채널을 선택하는 정도. 그러나 앞으로 펼쳐질 스마트TV 시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시청자들의 권리행사가 가능하고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방송사들이 구비하지 않고 있는 유명 해외 드라마나 영화들을 프로그램 장터에서 시청자가 직접 구매해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가 준비 중이다.
스마트시대의 소비자는 더 이상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제조한 ‘제품’을 사지 않는다. 그 제품이 속한 ‘환경’을 사서 공급자가 해 온 상당 부분을 자신이 스스로 선택해 제품을 완결하려 한다. 이 때문에 기업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유통구조에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은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완성하는 협력자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스마트 오션의 주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민선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스마트 시대의 소비자는 더 이상 획일적인 개인이 모인 군집(Segment)이 아니다. 각자의 취향을 갖고 스스로 선택하는 능동적 사용자”라고 전제하고, “스마트시장의 주역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언어를 읽고 2인3각 경기를 하듯 소비자들과 협력자가 돼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