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신년기획]제프 클라비어 소프트텍 VC 파트너(창업자)

[2011 신년기획]제프 클라비어 소프트텍 VC 파트너(창업자)

 ‘망하면 어떻게 하나? 그러면 나도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잖아.’

 맞다. 우리는 과거 벤처 붐 시기를 보내면서 많은 사람이 한 번의 실패로 재기하지 못한 채 ‘신불자’의 불명예로 사는 것을 지켜봤다. 그들을 보며 많은 젊은이는 ‘창업’ 대신 ‘대기업’ ‘국가고시’ 그리고 ‘공기업’을 선택했다. 누구도 적극적으로 창업을 권하지 않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나만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다는 매력에도 ‘실패는 곧 절망’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크게 변했다. 우리가 ‘창업은 어렵고 힘들며 실패하면 모든 것이 날아간다’고 인식하며 꺼리는 동안 창업시장은 일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 과거에 비해 창업비용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창업비용 감소는 곧 실패에 대한 위험(리스크)을 크게 줄인다. 실패했다고 해도 재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해진다.

 스타트업(Start Up)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제프 클라비어 소프트텍 VC 파트너(창업자)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강한 메시지를 여럿 던졌다.

 “기술에 커다란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스타트업 기업이 제품화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제로(0원)는 아니지만 수만에서 수십만달러를 줄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뭐가 얼마나 줄었을까.

 “하드웨어는 거의 필요치 않습니다. 아마존 등의 무료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개발자는 상품을 만들기만 하면 됩니다. 마케팅도 거의 무료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커뮤니티를 봐야 합니다.”

 그는 이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사례를 소개했다.

 “창업자금 5만달러(약 5800만원)로 시작한 회사입니다. 1년 후에는 한 달에 100만달러의 매출을 일으켰습니다. 많은 사람이 회사에 투자를 원했고 결국 이 회사는 400만달러 정도의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투자자금 대부분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친형과 함께 둘이서 스마트폰용 게임 ‘두들점프(Doodle Jump)’를 개발, 일약 스타 스타트업 기업인이 된 이고르 푸세냑 리마 스카이 CEO는 전자신문이 마련한 ‘스타트업 포럼 2010’에 참석, 창업비용과 관련해 “컴퓨터는 있었고, 아이폰 라이선스 등록비 100달러를 지불했다. 100달러가 리스크(손실위험)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사업의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거에 비해 창업비용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줄었다.

 마케팅 비용도 창업자의 의지에 따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클라비어 파트너는 강조했다.

 “최근 5년간 마케팅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과거에는 네트워크를 창업자가 하나하나 구축해 나갔습니다. 그래서 많은 비용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6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페이스북 같은 것이 등장했습니다. 트위터도 1억5000만명에 달합니다. 마케팅의 메커니즘이 바뀐 것입니다. 무료 마케팅 채널이 등장해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무료로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창업자는 거기에 맞는 마케팅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그는 한 창업자가 15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는 데 SNS 등으로 10일이 소요됐다는 사례도 들었다.

 이러한 변화로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마이크로(Micro) 벤처캐피털’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벤처캐피털은 500만달러에서 2000만달러를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 벤처캐피털은 20만~50만달러, 평균적으로 25만달러 정도만을 투자합니다. 과거에 비해 10분의 1로 줄었습니다. 창업에 필요한 자금이 많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실리콘밸리의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물었다. 실패한 사람이 더 인정받는 문화가 어떻게 생겨날 수 있는지 궁금했다. 클라비어 파트너는 한국도 유럽과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25년 전에 부모님께 스타트업 기업 창업 얘기를 꺼냈을 때 ‘공부를 잘하니 큰 회사에 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유럽에서는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경력사항 등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시도조차 못하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는 다릅니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됩니다. 창업은 돈으로 투자하는 것과 비교해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투자해 돈을 잃는 것은 더 많이 벌기 위한 과정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그는 ‘사람’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말 힘든 과정일 것입니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이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에서는 실패한 사람은 분명 거기에서 배운 것이 있을 것이고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니 투자자는 그들을 믿고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연대보증제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연대보증제도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창업자가 다시 시도를 할 수 없습니다. 창업을 해서도 만약 회사를 경영하는 데 문제가 나타나면 접고 다시 창업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연대보증제가 있으면 중단을 못합니다. 마치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아서 가라앉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창업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는 과거와 비교해 ‘스피드(개발 속도·상용화 속도)’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업들이 대단히 짧은 기간에 창업해 자리를 잡습니다. 과거에는 10년에 한 번 자이언트(크게 성공한) 기업이 나타났지만 최근 5년 동안에는 페이스북·트위터 등에서 알 수 있듯 단기간에 수십억달러 기업으로 성장합니다. 창업 세계에서 과거보다 훨씬 속도가 빨라진 것입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빠르게 개발해야 합니다. 그 아이디어가 알려지면 불과 며칠 만에 그것과 유사한, 또는 응용된 아이디어 사업이 2~3개 나타납니다. 과거에는 6개월은 지나야 경쟁사가 나타났던 것과 확연히 다릅니다.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밥상은 내가 차리고 밥은 다른 사람이 먹게 됩니다.”

 인수합병(M&A)에 인색한 한국 기업에도 쓴소리를 던졌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컨설팅을 한 사례가 있다고 밝힌 그는 한국 대기업이 M&A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경쟁력은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수라는 것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에너지를 충전하고 혁신의 속도를 높이는 계기가 됩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이미 덩치가 커버린 기업들은 혁신을 할 수 없습니다. 혁신 속도가 느리고 시장의 변화에 긴밀하게 대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수를 함으로써 그들(피인수기업)의 시각에서 시장을 보는 것입니다. 인수된 팀의 세포를 기존 조직이 흡수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서 “애플은 아무리 단가가 높아도 인수에 나서지만 한국 대기업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그렇게 되면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매출은 늘지만 이익은 낮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이 신생 아이디어 기업과의 지속적인 협력관계 강화에 나설 것도 주문했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정기적으로 실리콘밸리를 찾아 400명의 기업인과 시간을 보냅니다. 그는 여기서 2~3년 후 제품 개발계획을 공개합니다. 스타트업 기업인들에게 어떤 분야에서 기회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들 기업이 개발한 기술로 함께 세계 시장에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창업자가 글로벌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스마트폰이 국가 간 장벽을 허물고 SNS 등이 글로벌 마케팅 환경을 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고객의 특성과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창업자가 속한 지역의 고객 특성을 확인하고 이를 해외로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그 지역만 타깃해 개발하더라도 글로벌은 언제나 고려해야 합니다”라고 제안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도 많은 문제점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능력 있는 사람이 혼자 모든 것을 하려다 망하는 경우도 있고, 고객을 10만명까지 확보하며 승승장구하다 갑작스럽게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또 SNS를 마케팅 방법으로 너무 많이 사용하다보면 스팸으로 인식돼 오히려 외면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모든 것이 실패다. 하지만 그가 던진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실패는 성공을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엔젤투자자든 벤처캐피털투자자든 “우선 손해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실패 경험을 해봐야 더 큰 성공의 수확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말로부터 진정한 스타트업 기업·벤처 실패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2011 신년기획]제프 클라비어 소프트텍 VC 파트너(창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