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신년기획]스마트세대를 말한다-저녁편

 저녁 8시, 이강호 투피피 실장(39)은 홍대 근처 고깃집을 찾았다. 수영 강습으로 허기진 뱃속도 채우고 동료와 간단히 술 한 잔을 나눠볼까 해서다.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자마자 그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대화의 시작은 새로 발견한 애플리케이션(앱) 이야기다. 트위터에 올라온 다른 이들의 이야기도 주된 화젯거리다. 오늘 본 재밌는 이야기를 동료에게 보여주려는 찰나, 이 실장에게 ‘멘션’이 왔다. 그의 트위터 아이디(@i01090531550) 앞으로 온 내용은 “혹시 홍대 앞 고깃집에 계신 분이 실장님 맞나요? 긴가민가해서”였다. 고개를 들어 식당 안을 둘러보니 두 테이블 건너에 아는 사람이 보였다. 전에 업무 때문에 한두 번 만났던 이다. 그는 인사를 건네며 “트위터가 이럴 때에도 유용하네요”라고 말했다.

 출판업계에서 종이책의 편집과 레이아웃 등을 맡고 있는 그는 “PDA를 계속 갖고 다닐 정도로 오래전부터 정보기술(IT)기기와 함께 해왔지만, 스마트폰을 손에 쥔 뒤부터 더 큰 변화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간단한 메일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한 단계 진보했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회사 회계까지도 앱 하나면 충분할 정도니까요.”

 그는 얼마 전 맡았던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에 발표 시나리오와 내용이 그대로 담겨 머뭇거릴 필요가 없었다는 것.

 이처럼 그는 스마트기기의 등장이 삶을 좀 더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혀 IT기기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분야의 종사자들도 이제는 새 제품 출시에 맞춰 사업 계획을 세울 정도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출판업계 역시, 스마트패드에 적합한 사업 모델을 찾기 위해 분주한 상황. “얼마 전 ‘어도비 콘퍼런스’에 갔는데, ‘CS5’로 온·오프라인 도서 편집이 모두 가능한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제 출판업계 종사자들도 ‘원소스 멀티유스’처럼 하나의 아이디어가 다양한 곳에서 쓰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살아남을 수 있겠지요.”

 그는 최근 앱도 개발 중이다. 아직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도서 제작 과정이 좀 더 혁신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 앱은 기획부터 편집, 인쇄까지 전반적인 출판 과정을 한 번에 체크할 수 있다. 지면 크기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아이폰용 앱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세대’란 표현이 꼭 특정 세대만을 지칭하는 표현은 아니라는 게 이 실장의 생각이다. 주어진 IT기기와 환경을 통해 ‘발상의 전환’을 꿈꾸는 자라면 누구나 스마트세대가 될 수 있다는 것. 다만 정부부처가 산업 전반에 좀 더 체계적인 계획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스마트기기가 개인적인 활용에만 국한하지 않고, 여러 산업에 적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많은 분야에 이들 기기가 보편화된다면 생산성이 큰 폭으로 증대할 것입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