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문 교수의 리딩혁명] <4> 독서와 인간

 인간은 단계적으로 이어지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간은 인생이라는 삶을 사는 동안 쉼 없이 지혜를 얻고자 노력한다. 그래야 이상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단으로 활용되는 지혜는 기본적으로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예지(미리 앎)에 의해 얻지만, 보다 많은 것은 지식으로부터 얻는다. 인간이 체험과 배움, 연구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왜냐하면 인간이 욕구를 실현하려면 자신을 둘러싼 사물을 그 필요성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체험과 배움, 연구를 통해 이치를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방법은 직접적인 방법과 간접적인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인간은 사는 동안 이상 실현에 요구되는 많은 것을 몸소 겪거나 배우거나 연구를 통해 알아낸다. 하지만 이상 실현에는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까닭에 요구되는 모든 것을 스스로 체험하고 배우고 연구하는 방법만으로 알아낼 수는 없다. 아니 불가능하다.

 이를 알기에 인간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알아낸 지식을 책이라는 매체에 담는 방법을, 도서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보존하고 공유하는 방법을, 독서를 통해 선행자들의 체험과 배움, 연구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배우고 연구하는 방법을 알아내려 노력했다. 그 결과 스스로가 몸소 겪지 않고도, 배움의 장에 나가지 않고도, 직접 조사하지 않고도 타인이 이룬 지식을 독서로 체험하고 배우고 연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책과 도서관 그리고 독서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식 습득이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때문에 세종대왕은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제도를 도입해 젊은 문신들에게 휴가를 주어 독서당에서 책을 읽도록 했다. 나라의 이상 실현에 요구되는 것을 직접 얻으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선행자들이 이룬 지식을 토대로 간접 체험하고 배우고 연구하는 방법으로 얻으면,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도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조선시대에는 책을 구하기 쉽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애써 책을 구해 읽으려 했다.

 그렇다면 인쇄 책, 전자책 등 이런저런 책이 마치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은 어떤가. 그 옛날에는 읽고 싶어도 책이 없어 읽지 못했는데 오늘날에는 책이 흔한데도 읽지 않는 사람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08년 국민독서 실태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3명이 1년 동안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초중고생의 경우에도 10명 가운데 1명은 1년 간 교과서나 참고서가 아닌 일반 도서를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미디어가 범람하고 있기 때문일까. 분명 그것도 한 원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독서를 중시 여기지 않는 사회풍조에 있다. 독해력에 문제가 있는 학생이 상당수에 이르러 학업에 어려움이 있다. 이로 인해 학생 개인은 물론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을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도 아직 학교교육이 독서를 기반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조직체들도 그렇다. 독서를 통해 얻어지는 창의적 사고력이 경쟁의 핵심이라고 말하면서도 인재를 선발할 때 독서를 평가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래서는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경쟁력이 없다. 이제라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독서를 중시하는 정책과 제도가 사회 속에 실제 해야 한다. 필자는 그런 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한다.

 이종문 경성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jmlee@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