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중소기업, 디자인 경영으로 세계 시장 `우뚝`

코맥스 임직원이 모여 신상품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코맥스 임직원이 모여 신상품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건 왜 이렇게 둥글지.”

 “조금 부드러운 이미지를 주고자 했어요.”

 “그래, 꼭 눈웃음 치는 것 같고 괜찮은데.”

 “하지만 재질은 벽하고 잘 어울릴지 미리 생각을 해봐야지.”

 지난 28일 화요일 이른 아침. 경기도 성남의 코맥스 사옥 7층 대회의실. 매주 열리는 디자인 회의가 한창이다. 디자이너 박재상 과장과 한용희 대리를 주축으로 디자이너 십여명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면서 회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진다. 보통 2시간이 훌쩍 넘는다.

 코맥스의 25년 ‘디자인 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 코맥스의 디자인 경영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변봉덕 회장 스스로 당시 ‘카피’ 수준에 그치는 국내 디자인 풍토가 안타까워 투자에 앞장섰다. 처음에는 유수의 해외 디자인 업체에 의뢰했다. 지금도 일본·스웨덴 등 해외업체에 의뢰할 당시를 잊지 못한다.

 변 회장은 “일본업체에 문의했더니 굉장히 놀라더라고요. 한국 기업이, 그것도 삼성처럼 큰 기업도 아닌 작은 기업에서 바다 건너까지 와서 일을 의뢰할 줄 몰랐다는 겁니다.”

 그러나 결과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럴 듯 했지만 제품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디자인은 보기만 좋았다. 결국 내부에 디자인 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1985년 디자인팀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꾸준히 코맥스만의 색깔을 가진 디자인을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변 회장은 “겉모양만 보기 아름다운 게 아니라 기업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며 앞장섰다.

 이 결과 디자인팀이 디자인한 코맥스 비디오폰은 해외 120여개국으로 뻗어 나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매년 해외 바이오 대상으로 디자인 만족도를 실시하는 데 올해 응답자의 40%가 ‘디자인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 대체로 만족한다는 답변이 45%, 보통이라고 답변이 15%였다. ‘싫다’는 의견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중견 기업으로 드물게 세계 디자인상도 휩쓸었다. 2002년 ‘굿 디자인’과 2008년 ‘iF디자인어워드’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iF어워드를 받았다. 대기업을 제외한 기업 중에서 세계적인 디자인어워드를 세 번이나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모두 25년 동안 디자인에 투자한 덕분이다.

 코맥스만의 디자인 철학도 정립했다. 제품을 디자인 할 때 가장 강조하는 모토가 ‘길고 넓게 보자’다. 10년 이상 ‘길게’, 주변과 함께 ‘넓게’ 볼 것을 항상 염두해 둔다. 코맥스 제품은 대부분 건물에 설치되면 10년 이상 사용해 10년 후 모습까지 예상해가며 디자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변 회장이 항상 디자이너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제품을 작품처럼’이다.

 “비디오폰 특성상 그림처럼 벽에 걸립니다. 긴 시간,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합니다. 예술 작품보다 더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25년 동안 현장에서 직접 디자인 경영을 이끈 변 회장의 뚜렷한 디자인 철학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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