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컨버터블 시승이라니, 다소 뜬금없어 보이긴 하겠다. 하지만 햇빛이 쏟아지는 시간에 지붕을 열 요량이라면, 푹푹 찌는 여름보다는 차라리 따스한 햇살이 반가운 겨울이 낫다. 게다가 스웨덴에서 만드는 볼보의 컨버터블이라 겨울 날씨와도 잘 어우러진다.
따지고 보면 C70은 이탈리아의 피닌파리나가 깊이 관여해 만든 차이긴 하다. 복잡다단한 하드탑의 설계, 그리고 스웨덴에서의 (위탁)생산이 피닌파리나의 몫이다. 2006년에 출시된 2세대 C70은 3조각 하드탑을 채용한 최초의 양산 컨버터블로 꼽힌다.
이전까지의 하드탑 컨버터블은 지붕과 뒷 유리부분을 각기 한 조각으로 나눈 구조였다. 벤츠SLK나 푸조206CC처럼 2인승이거나 뒷좌석이 작은 경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4인승 컨버터블인 경우에는 지붕과 트렁크의 비례 문제로 보기 흉한 실루엣이 나오기 십상이었다. C70부터는 지붕 자체를 둘로 나눠 (접을 때의) 부피를 줄임으로써 한결 자연스러운 디자인이 가능해졌다.
1세대 C70쿠페의 예쁘장한 지붕선을 흉내 낼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발전된 기술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1세대 C70에는 쿠페와 소프트탑 컨버터블 모델이 별도로 존재했지만 2세대에 와서는 이 하드탑 컨버터블로 ‘2 in 1’을 실현했다.
지붕을 나눠 접기 위해 구분해 놓은 판넬 사이는 고무로 깔끔하게 마무리 된다. 일부러 얘기해주지 않으면 지붕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칠 정도. 길에서 오픈카의 지붕을 열면 지나던 이들이 재미 삼아 구경하는 정도이지만, C70의 경우에는 예상치 못한 변신으로 사람들을 은근 놀래 킬 수도 있다.
지붕을 열거나 닫는 데는 30초가 걸리는데, 작동 과정이 조용하고 부드럽다. 버튼을 누르는 수고 외에는 지붕 개폐를 위한 별도의 조작이 필요 없지만,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라야 작동이 가능하다. 저속이나마 주행 중에도 개폐가 가능한 여느 컨버터블들과 비교한다면 불만이 될 수 있겠다. 이것마저도 안전에 대한 볼보의 철학을 반영한 것일까?
C70의 지붕 판넬은 강철 재질로 되어 있다. 지붕을 덮은 상태에서는 차체강성이 15% 더 높다고 한다. 뒷좌석 머리받침 뒤편의 ROPS라고 적힌 롤바는 전복사고 때 순간적으로 솟아올라 승객을 보호해준다. 지붕이 덮여 있는 상태에서 전복됐을 때는 뒷유리 부분을 뚫고 솟아오른다고 하니 흥미롭다. 일반 차와는 다르게 도어에 내장시킨 커튼 에어백은 지붕과 유리창을 모두 연 상태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게끔 머리를 썼다.
엔진은 가솔린 2.5리터 5기통 터보로, 230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강력한 엔진이지만 서스펜션이 부드러워 느긋하게 달리는 것이 더 어울린다. 완전한 4인승이라고 하기에는 뒷좌석이 그리 넓지 않은 편. 하지만 이 정도 크기의 쿠페형 차에서 더 넓은 공간을 바라는 것도 모순이다.
볼보 특유의 실내 디자인은 여전히 높은 만족감을 제공한다. 특히 이번 C70에서는 내장 색상에 따라 센터페시아 판넬의 소재를 알루미늄과 나무로 달리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더욱 강조했다. 요즘 같은 겨울이라면 시승차처럼 온기를 전달하는 나무 소재가 제격. 왠지 초등학교 때 만들었던 국기함도 생각난다. 새로 바뀐 앞뒤 모양과 시승차의 ‘플라멩고 레드펄’ 색상은 기존 볼보의 얌전한 모양새를 벗어나 보다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