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정부, 제도 인지도 상승 · 매출연계 방안 찾아야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은 CJ제일제당의 햇반.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은 CJ제일제당의 햇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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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 딸을 둔 주부 P씨는 최근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평소 좋아하는 사이다를 고르던 딸이 “이 표시는 이산화탄소가 101g 들어있다는 뜻이야” 하고 물어왔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사이다 캔을 살펴봤더니 푸른색으로 CO₂라는 마크와 101g이라는 수치가 적혀 있었다. P씨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을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탄소성적표지, 인지도 제고가 최우선 과제=식료품을 파는 가게에 가면 탄소성적표지 인증마크가 붙어 있는 제품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마크가 무엇을 뜻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최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조사를 통해 탄소성적표지제도 인지도가 35.7%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9년보다 3.2%p 향상된 수치지만, 제도를 정확히 알고 있는 정인지율은 13.8%에 그쳐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탄소성적표지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업계의 요구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제도에 참여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아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에서 탄소성적표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장용석 과장은 “탄소성적표지제도 참여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등 성과를 거둔 면도 있지만 아직 소비자의 인식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며 “이 부분에 정부가 더 힘을 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동제약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명희 부장 역시 “소비자에게 더 많이 홍보해 탄소성적표지에 대해 알리고,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적극적인 참여…저탄소상품 인증제도 ‘기대’=업계에서는 제도상 보완해야 할 점을 여러 가지 지적하고 있지만, 이는 그 만큼 제도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증거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상품 인증제도’ 도입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선도적으로 탄소성적표지제도에 참여했던 CJ제일제당의 경우, 현재 설탕·두부 등 총 11개의 제품이 인증을 받았으며 향후 저탄소상품 인증제도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광동제약은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등 총 9개 제품에 인증을 받았으며 앞으로도 추가 인증 획득에 노력한다는 목표다. 또 저탄소상품 인증 획득에도 힘을 기울이는 한편 소비자를 대상으로 탄소성적표지 광고·홍보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미쟝센 펄모이스쳐삼푸 등 총 14개 인증 제품을 갖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역시 향후 다양한 제품으로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추가로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또 저탄소·친환경 제품 개발에도 더욱 노력한다는 목표다.

 ◇매출과의 연계 방안도 찾아야=제도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지적되는 몇몇 사항을 보완한다면 탄소성적표지제도는 향후 제품의 매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환경산업기술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사람 중 65.6%가 상품에 표시돼 있는 탄소성적표지 마크가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대답했다. 2009년 조사에 비해 2.6%p 증가했다. 또 응답자 대부분(97.8%)이 기후변화가 지구환경에 주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응답해 환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상당함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가장 중요한 결과는 응답자 10명 중 9명(90.2%)이 제품마다 탄소배출량이 표시돼 있을 때 탄소배출량이 적은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겠다고 밝힌 응답자들은 가격이 동일할 경우(26.8%) 혹은 5% 미만으로 비쌀 경우(40.1%)에도 저탄소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제품 구매 시 주요한 고려요인은 ‘가격’으로, 저탄소 제품이 일반제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비슷한 수준일 경우 구매 의향이 높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인지도 제고와 일정한 가격경쟁력 확보가 병행되면 탄소성적표지제 인증 제품이 매출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사실상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컨설팅 등에 사용되는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환경부에서 발표한 ‘그린카드’를 탄소성적표지제도와 연계해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다수다.

 이명희 광동제약 부장은 “더 많은 기업을 탄소성적표지제도에 참여시키기 위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인증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포함한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kr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은 광동제약의 비타500(왼쪽)과 옥수수수염차.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은 광동제약의 비타500(왼쪽)과 옥수수수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