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우정을 그린 영화 ‘렛미인’.
이 작품은 ‘졸업’ ‘클로버필드’로 유명한 할리우드 감독 매트 리브스의 첫 뱀파이어 프로젝트로도 주목받았지만, 영화 속 주인공인 열두 살 뱀파이어 소녀와 소녀를 사랑한 소년이 비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사용한 ‘모스 부호’ 역시 화제를 나았다.
모스 부호(Morse code)는 짧은 발신 전류(·)와 긴 발신 전류(-)를 조합해 알파벳이나, 숫자 혹은 한글을 표시한 것이다. 이 조합들이 모여 하나의 단어를 이루며 신호음만으로도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 대화가 불가능한 재난상황이나 전쟁 시에 많이 이용됐다.
1838년 1월 6일은 화가이자 발명가인 새뮤얼 모스가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서 자신이 직접 발명한 전신기를 공개 시연한 날이다. 이때 모스는 통신을 위해 모스 부호를 사용했다. 모스 부호와 이를 전달하는 전신기는 그가 1832년 프랑스 유학에서 귀국하던 중 착상하고, 고안했으며 점(·)과 선(-)으로 표시된 현재 방식을 만든 것은 동반자인 A 베일이었다.
이후 6년 뒤엔 1844년 워싱턴과 볼티모어 사이에서 ‘What hath God wrought?’라는 첫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모스 부호는 국제적인 통신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모스 부호의 사용이 절정에 이른 것은 2차 세계대전 때로 아군끼리의 통신과 적군의 통신을 감청할 때 주로 모스 부호를 해석하는 방법이 동원됐다. 이 외에도 긴급구조시 짧은 신호 3번과 긴 신호 3번이 반복되는 SOS가 사용되면서 모스 부호는 널리 알려졌다.
모스 부호는 전신기가 없더라도 배에 설치된 신호등의 불빛을 조절하거나 벽을 두드리는 방식을 이용해서도 다양하게 활용한다.
다양한 통신수단이 등장하고, 모스 부호 없이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환경이 열리면서 모스 부호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등장하는 낭만적인 소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스 부호가 처음 등장한지 170년이 지난 오늘날도 모스 부호는 살아 있다.
우리나라 KT서울무선센터에서는 오대양을 항해 중인 선박과 육지 간의 통신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저전력으로 먼 거리 통신이 가능한 모스 부호는 현재까지도 뱃사람들이 보내오는 정보를 회사에 전달하고, 가정에 자신의 안위를 알릴 수 있는 효율적인 통신수단이다.
이후 배와 육지를 연결하는 더 효율적인 소통수단이 생긴다면 모스 부호의 역할도 줄어들겠지만 비밀스럽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지속하는 한 모스 부호는 살아있을 것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